전세 오름세를 못 견딘 직장인 이상현(43)씨는 최근 집을 사기로 마음먹은 뒤 고정금리 대출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매일 금리가 조금씩 올랐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그대로라는데 왜 대출 금리가 오르느냐는 이씨의 질문에 은행 직원은 "시장에서 채권 금리가 올라서"라고 답했다.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은행이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5년물의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주택담보 대출 금리를 산정하다 보니 금리의 변동성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채 5년물이 끌어올리는 주택담보 대출 금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3%를 넘어섰다. 27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연 3.0~4.3%, KEB하나은행은 3.0~4.7%로 최저 금리까지 3%대다. 우리은행의 대출 금리(2.9~4.2%) 또한 최저 금리가 3%를 곧 돌파할 태세다.

최근 은행들이 주로 취급하는 고정형 주택담보 대출의 금리는 금융채 5년물 금리에 은행이 정한 가산 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그런데 기준 역할을 하는 금융채 5년물 금리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의 6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된 7월 초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406%였다. 그런데 이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1.650%로 뛰었다. 넉 달 만에 0.2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만약 3억원을 5년 동안 빌린다면 총 이자가 200만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중 80% 안팎이 금융채 5년물을 기준금리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 당국이 올해 말까지 전체 주택담보 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40%까지 높이라고 지시한 상태라,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계속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앞으로 금리가 오를 거라는 생각에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 상품을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채 거래량 적어 변동성 심해"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채 5년물 상승 원인으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든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유럽 양적 완화 종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금리가 오르는 것"이라며 "연말이 되면 계절적으로 장기물의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채 5년물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채권 전문가는 "5년 이상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사용하는 게 맞겠지만, 거래량이 적고 외부적 요인으로 들쑥날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지난 25일까지 78거래일 동안 금융채 5년물의 일평균 거래량은 460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중 거래가 아예 없었던 날도 30일(38%)이나 됐다. 거래가 없는 날에도 5년물 금리는 오르락내리락했다. 유통 물량이 없는 날은 호가(呼價)로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채 5년물이라는 꼬리가 주택담보 대출이라는 몸통을 흔든다고 볼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채 5년물만 한 기준금리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