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이 없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시기다. 약간의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정기 예금이나 적금보다 이자를 조금만 더 주면서 안정적인 상품은 없을까?" 이런 심리를 파고든 것이 전자 단기 사채(이하 전단채)와 여기에 투자하는 관련 상품이다.

전자 단기 사채는 온라인으로만 발행하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채권을 말한다. 2013년 처음 도입됐는데 발행 규모가 그해 약 58조원에서 작년 995조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1000조원 돌파를 바라본다. 전단채에 투자하는 펀드나 랩 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 자산 관리 계좌) 같은 상품도 잇따라 출시돼 주목을 받는다. 아직 전단채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예비 투자자들을 위해 궁금한 점을 전문가들과 7개의 질문을 통해 정리해봤다.

1. 어떤 투자자가 전단채에 관심 가지면 좋을까?

"여유 자금이 있지만 마땅히 이 돈을 굴릴 곳을 찾기 어려운 투자자에게 추천한다. 1억원 이상이 있다면 전단채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만기 수익률이 2% 초·중반에서 4% 초반까지 나오기도 한다. 1000만원 이상의 자금으로는 펀드나 랩 어카운트 등 전단채에 투자하는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다만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예금이나 MMF(머니마켓펀드)보다는 좀 더 나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안정지향형 투자자에게 걸맞다. 연 수익률로 펀드는 2% 안팎, 랩 어카운트는 2% 중·후반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

2. 전단채의 장점은 뭔가?

"장기 채권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전단채는 만기가 보통 3개월 정도로 짧은 게 매력이다. 요즘은 장기 채권 금리와 단기 채권 금리 차이도 크지 않다. 최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6% 안팎인데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4% 안팎이다. 장기 채권은 금리 변수 등에 따라 가격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만 단기 채권은 만기가 짧아 위험에 덜 노출돼 있다."

3. '전단채 펀드'는 장점이 뭔가?

"전단채 펀드는 전단채에만 투자하는 건 아니다. 기업어음, 환매조건부 채권 같은 현금성 자산, 국·공채 등에 골고루 투자한다. 전단채에 직접 투자하려면 1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지만 전단채 펀드는 100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 시중 판매 중인 펀드 상당수가 수수료 없이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게 설계돼 있다. 여윳돈을 단기간 넣었다가 기대 수익률이 달성되면 환매할 수도 있다. 급한 일이 생겨도 돈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4. 전단채 펀드는 언제 가입하고 언제 환매하면 좋을까?

"금리가 변수다. 전단채는 우리나라 기준 금리에 연동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경우 단기 금리가 먼저 오르게 돼 펀드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기준 금리가 오르면 이후 재투자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금리 인상 직후에 투자하는 방식이 가장 좋아 보인다. 또 수시입출금 상품과 비교해 약간만 더 길게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5. '전단채 랩'도 있다고 하던데 펀드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랩 어카운트는 여러 금융 상품을 한 계좌로 묶어 관리하는 종합 자산 관리 계좌를 가리키는 말이다. 랩 어카운트를 보통 랩이라 줄여 부른다. 전단채 랩은 현재 신한금융투자에서만 판매하는데 전단채에 투자한다는 점은 펀드와 같다. 가장 큰 차이는 만기가 3개월로 정해져 있고, 만기 전에 환매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전단채 랩은 펀드보다 1%포인트 안팎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상품이다.

전단채 펀드는 언제 투자자가 환매 요청을 할지 모르는 만큼, 환금이 쉬운 안정적 유동 자산도 20~30%가량 포함시켜 환매에 대비한다. 하지만 전단채 랩은 환매 대비를 할 필요가 없어 이자를 확보할 수 있는 전단채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해 투자하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 100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은 똑같다."

6. 전단채나 관련 상품의 리스크는 없나?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이 아닌 데다 채권인 만큼 결국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채권 시장 움직임에 매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투자 기간도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또 시중 판매 중인 펀드나 랩이 투자하는 전단채는 대부분 신용등급이 대부분 A2 이상이다. 자산운용사, 증권사가 전담 인력을 두고 모니터링하며 우량 종목을 선별하긴 하지만 투자자도 변동성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 등에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7. 연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전단채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전단채는 만기가 짧아 미국 기준금리보다는 한국은행의 금리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현재 국내 경제 여건이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당장 한국은행이 뒤따라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도움말 주신 분: 임광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 이태희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정정수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