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가 '가을 시즌은 대박 없다', '코미디 흥행엔 한계가 있다' 같은 기존 영화판의 통념을 깨뜨리며 박스오피스를 치고 나가고 있다. 이르면 내일(28일), 늦어도 이번 주말엔 관객 500만명을 돌파할 전망. 10월 개봉 코미디 영화로는 유례없는 흥행 쾌거다〈표〉.

빈틈이 많은 작품이라는 영화적 평가와 반대로 관객들은 주저 없이 '럭키'를 선택하고 있다. 이 뜻밖의 '대박' 비결은 뭘까.

◇"큰 이야기보다 소소한 웃음이 좋아"

홍보사 올댓시네마 채윤희 대표, 제작사 용필름 임승용 대표, 강유정 영화평론가,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 등에게 각각 전문 분야별 관점에서 '럭키' 흥행의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억지 부리지 않는 자연스럽고 유쾌한 웃음"을 이 영화의 강점으로 꼽았다. 강유정 평론가는 "냉혹한 킬러가 평범한 생활인으로 뒤바뀌는데, 분식집에서 김밥도 썰고 청소도 하는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어느 한 부분 과하거나 불편하지 않아 마음 푹 놓고 볼 수 있다는 데 관객들의 합의가 이뤄진 느낌"이라고 했다. 임승용 대표 역시 "억지스럽게 비틀거나 인물을 과장되게 희화화하지 않고, 상황 안에 녹여서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참바다'씨로 불리며 '국민 호감 배우'가 된 유해진의 힘을 꼽는 사람도 많았다. 맞춤옷을 입은 듯 딱 맞는 역할에다, 유해진이라면 "관객들이 관대해질 준비가 돼 있는 것"(강유정 평론가 등)이라는 분석이다.

◇대진운 좋아 '데이트 관객' 싹쓸이

관객들의 '센 영화 피로감'도 흥행 이유로 꼽혔다. '부산행', '터널', '밀정' 등 역사 문제나 사회 비판적 거대 담론을 꽉 짜 넣은 강한 영화들이 '아수라'로 정점을 찍으면서 반발력이 생겨, 관객들이 오히려 부담 없이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 쪽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제작·배급사 측은 원래 이 영화를 추석 대작들을 피해 9월 말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9월 28일 개봉키로 한 '아수라'를 피해 2주 뒤인 10월 13일을 개봉일로 정했다. 결과적으로'신의 한 수'였다. 김형호 분석가는 "기대치가 낮은 것에 비해 만족도가 높다. 개봉 뒤 급격히 평점이 떨어졌던 '아수라'에 비해 이 영화는 평점이 꾸준히 유지됐다"며 "비수기인 가을엔 연인 관객이 많은데, 20대 '데이트 관객'도 이 영화에 쏠렸다"고 했다〈그래픽〉.

무엇보다 최근의 정치적 논란 등 현실에서 워낙 극적이고 벅찬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관객들이 영화만은 위로가 되는 작품을 보고 싶어 한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다. 올댓시네마 채윤희 대표는 "무거운 뉴스가 많은 시기엔 웃기는 영화가 잘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럭키'는 울고 싶었던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