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보유 중인 무기 중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무엇일까?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많이 꼽겠지만 실제적인 위협을 주는 것은 북한의 방사포와 장사정포다.

㈜한화가 생산하는 차세대 다연장 유도탄 ‘천무’.

북한군이 보유한 170mm 자주포는 30~50km까지 목표 지점을 타격할 수 있다. 휴전선 인근에서 쏠 경우 파주와 고양, 김포, 인천은 물론 서울 지역도 범위안에 들어간다. 240mm 방사포는 서울 서부와 인천공항까지 포격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군은 록히드마틴사의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다연장로켓)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이 MLRS와 같은 첨단 무기체계를 생산할 능력이 없다고 보고 직구매를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군은 생산능력이 있으니 기술도입 계약을 맺자고 맞섰다.

록히드마틴은 ㈜한화(000880)공장을 현장 실사했다.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인한 록히드마틴은 ㈜한화와 기술도입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차세대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는 이렇게 탄생했다.

◆ 한화그룹 방산계열 맏형 ㈜한화...타격무기 첨단에 서다

한화의 전신은 ‘한국화약’이다. 한국화약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설립됐다. 국산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었던 한국화약은 1974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국내 주요 탄약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화약은 1993년 ㈜한화로 사명을 바꿨다. ㈜한화는 방산, 화약, 기계, 무역 등 4개 사업부문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화 방산부문은 방위산업의 기본이 되는 탄약부터 첨단 미사일까지 생산한다.

㈜한화는 지난해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대탄도탄용 유도탄 체계종합 탐색개발 사업, 공대지유도탄 체계종합개발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화는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한화 방산 계열사의 구심체 역할도 담당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17일 방산계열 4개사의 사업 영역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한화를 정밀타격체계 전문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기존의 탄약·유도무기 사업에 한화디펜스의 항법사업 역량과 한화시스템의 레이저 사업을 옮겨붙여 타격무기의 정점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한화테크윈은 화력·무인화체계 전문기업으로, 한화시스템은 방산전자 전문기업, 한화디펜스는 지상장비 전문기업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업분야 조정으로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하겠다”며 “그룹의 방산사업 역량을 통합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방산계열사를 하나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이야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군과의 계약 도중 문제가 발생하면 정해진 기간동안 입찰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며 “분야별로 계열사를 따로 두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게 더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한화가 생산하는 차세대 다연장 유도탄 ‘천무’.

◆ 차세대 유도탄 ‘천무’가 나오기까지

북한의 장사정포와 방사포의 대응 무기로 천무의 개발이 시작됐다. 2004년 MLRS(다연장로켓)가 일선 부대에 배치된 이후 ㈜한화는 곧바로 유도장치를 부착한 MLRS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수년간 많은 예산과 전문인력을 투입한 결과, ㈜한화는 2013년 천무 전력화에 성공했다. 군은 2014년부터 천무를 야전 부대에 배치하고 있다.

천무의 종류는 130mm 무유도탄과 239mm 유도탄 두가지다. 130mm 유도탄의 최대 사정거리는 36km, 239mm 유도탄의 경우 80km로 북한의 240mm 방사포보다 사정거리가 길다.

천무의 최대 강점은 타 지상화력무기보다 월등한 정밀도다. 표적의 성질과 형태에 따라 다양한 탄종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존의 ‘구룡’ 다연장과 MLRS에서 사용했던 탄도 호환해서 쓸 수 있다. 차륜형 발사대와 탄약운반차를 체계에 적용해 기동성과 전투지속성을 높였다.

천무는 무인기와 대포병 레이더로부터 획득한 적의 표적정보를 전술지휘통제체제(C4I)로부터 수신한다. 사격대는 수신된 정보와 명령을 바탕으로 적의 핵심 시설을 타격한다.

천무의 유도부엔 위성항법안테나와 항법유도장치가 들어있다. 위성항법안테나는 위성신호를 수신하며 항법유도장치는 발사 전 사격통제 콘솔의 명령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다.

군에서는 천무 개발로 우리 군의 포병 능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천무는 개전 초 적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천무 생산 기지, 대전사업장을 가다

㈜한화는 5개의 사업장, 1개의 종합연구소 등 6개의 생산·연구시설을 갖고 있다. 대전사업장에서 천무를 생산하고 있다. 대전사업장은 예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자리에 있다. 1987년 ADD가 이전하고 빈자리를 한화가 구입했다.

21일 대전사업장 천무생산동에 들어서자 직원이 신발 뒤꿈치 부분에 붙일 패드를 건넸다. 정전기 방지 패드였다. 스파크가 일어 화약이 터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화 직원이 설명했다.

대전사업장 천무생산동은 셀 구조 형태다. 한 건물 안에 공정별 생산 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각각 독립된 형태다. 각 방과 방은 외부출입구를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다. 한 방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도 다른 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과 방사이에 두꺼운 방호벽을 설치했다. 사람은 외부로 출입하고 공정이 진행중인 탄은 시설 내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한다.

천무 생산 공정은 탄두 공정과 추진제 공정을 따로 진행한다. 탄이 날아가서 터지는 부분이 탄두, 탄을 멀리 보내기 위해 장약을 채우는 부위가 추진제다.

추진제 공정은 연소관에 단열재와 코팅을 입히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코팅이 마무리된 연소관에 금형틀을 넣은 다음 진공 장비에서 장약을 충전한다. 한화 직원은 “추진제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장약 충전”이라고 말했다. 장약을 넣는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한다거나 정상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로켓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약 충전을 마친 연소관은 창고형 오븐에 들어가 3일가량 50~60도 온도에서 구워진다. 이 과정을 마치면 장약이 고무처럼 탄성을 띈 고체 형태가 된다.

이어 금형틀을 뺀 뒤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 비파괴 검사를 한다. 이상이 없으면 탄두와 결합한다. 천무 탄두는 보은사업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추진제에 날개를 달고 탄두 부위의 통신장비 점검까지 마치면 천무가 완성된다.

㈜한화가 생산하는 차세대 다연장 유도탄 ‘천무’.

완성탄은 유리섬유로 만든 발사관에 넣어 보관한다. 천무 1포드(한 묶음 단위)는 6발이 기준이다. 차륜형 천무발사대엔 2포드(12발)가 한번에 올라간다.

천무 전력화를 마친 ㈜한화의 다음 목표는 L-SAM이다. L-SAM은 종말 단계(고도 40km)에 있는 탄도탄을 직격할 수 있는 상층방어용 유도탄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핵심이다. 세간엔 ‘한국형 사드’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다.

㈜한화는 2022년까지 L-SAM 개발을 완료하고 2023년부터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L-SAM에 들어가는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발사체계 연구개발은 한화디펜스가 각각 맡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룹 핵심 방산 계열사들이 협력해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책임감을 갖고 개발에 임하고 있다”며 “계열사간 시너지를 발휘해 효과적으로 개발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