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사람이 없다’ (OECD 35개국 중 23위), ‘사법시스템도 못 믿겠다’(34개국 중 33위). 우리나라의 신뢰 수준이 국제사회에서 바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의 신뢰 수준을 북유럽 수준으로만 쌓아도 4%대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적 자본 축적 실태와 대응과제 연구’에서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 경제 선진국 도약의 결핍요인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자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 저성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가 35개 회원국의 사회신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한국은 26.6%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덴마크가 74.9%로 가장 높았고 노르웨이(72.9%), 네덜란드(67.4%), 스웨덴(61.8%) 순이었다. 한국은 OECD 평균(36.0%)에도 훨씬 못 미쳤다. 일본(38.8%), 미국(35.1%)보다도 낮았다.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27%로 34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와 관련, 서울대 김병연 교수팀은 “현재 26.6%인 한국의 사회신뢰도를 북유럽 국가수준(69.9%)으로 향상시키면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상승해 현재 2% 후반대인 경제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사회규범 지수는 100점 만점에 86.6점으로 조사대상 22개국 중 17위에 머물렀다. 일본이 93.8점으로 가장 높았다.

사회네트워크 수준도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77.5%로 35개국 중 34위에 머물렀다. 이스라엘(97.3%), 아일랜드(96.7%), 덴마크(95.8%) 등이 높았다.

보고서는 경제주체간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사회규범’과 ‘사회네트워크’ 확충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해선 무엇보다 진정성있는 ‘소통’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변화도 촉구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정부, 국회, 근로자에게 신뢰의 자본을 쌓아가야 하고, 노조도 대화와 협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지속가능성장, 사회복지 확대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관심과 참여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자본과 노동 같은 경제적 자본만으로는 성장판이 갈수록 닫히는 것을 막기 어렵다”며 “신뢰와 규범 같은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 경제활동의 새로운 기회가 활발하게 창출되도록 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