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창업 지원 기관들이 ‘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캠퍼스는 그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지원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캠퍼스는 다른 창업 지원 기관과는 달라야 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5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에서 열린 스타트업캠퍼스 입학식에 참석, 후배 창업가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캠퍼스 총장 자격으로 자리한 김 의장은 향후 정기적으로 캠퍼스를 찾아 창업가들과 대화하고 멘토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5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에서 열린 스타트업캠퍼스 1기 입학식에 참석, “사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기존 창업 지원 기관들과 차별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 의장은 앞서 지난 7월과 9월에도 각각 비영리 단체인 아쇼카한국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아르콘)에 개인 소유 카카오 주식 총 6만주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24일에는 사회 공헌 사업을 전담하는 독립 법인 ‘카카오메이커스’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사람이 중요...스스로 배울 수 있는 창업 공간으로”

스타트업캠퍼스는 총 16주간 예비 창업가들에게 무료로 사업 역량을 가르치고 해외 진출, 창업 공간을 지원하는 교육 기관이다. 경기도에서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며 김 의장이 초대 총장을 맡았다.

이날 김 의장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고 인간과 기계가 경쟁하는 시대가 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지식 노동자를 대량으로 길러내는 교육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게임의 룰(rule·규칙)이 바뀐 만큼, 업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며 “스타트업캠퍼스는 룰이 바뀐 시대에 젊은이들이 모여 고민하고 체험하면서 업을 찾아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입학식 시작 직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입장해 행사가 끝날 때까지 두 시간 가량 맨 앞줄에서 자리를 지켰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발표를 들으며 박수를 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5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에서 열린 스타트업캠퍼스 1기 입학식에 참석해 1기 입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의장 오른쪽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 김범수 사회 공헌, 올 초부터 ‘광폭행보’

김 의장은 일찍이 지난 2014년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주최한 ‘스타트업네이션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소셜 임팩트(재무적·사회적 가치를 모두 실현하는 기업)’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해까지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그의 청년 창업 지원 등 사회 공헌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지난 7월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 양성하는 아쇼카 한국재단에 자신이 보유 중인 카카오 주식 3만주를 3년에 걸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두 달 뒤인 9월에는 사단법인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에도 카카오 주식 3만주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인은 기업과 공공자원 개발을 연결하는 등 문화예술 교육 분야의 사회 공헌을 지원하는 곳이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의 허인정 이사장은 기부를 받은 인연으로 스타트업캠퍼스 입학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달 24일에는 카카오가 사회 공헌 사업을 전담하는 독립 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2월 선보인 소규모 생산자용 주문 플랫폼 ‘메이커스위드카카오’를 중심으로 사회 공헌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이 몇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창업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절친’ 이해진과는 다른 행보

국내 생태계 지원에 나선 김 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절친한 친구이자 과거 사업 파트너였던 이해진 네이버(NAVER(035420)) 의장의 행보와 상반된다. 이 의장이 한국을 떠나 해외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유럽으로 거점을 옮기는 반면, 김 의장은 국내에서 인재 양성 등 사회 공헌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의장은 내년 3월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유럽으로 떠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이끄는 투자사 코렐리아캐피탈(Korelya Capital)과 함께 벤처 펀드를 결성하고 1억유로(약 12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출자한 만큼, 유럽 지역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의장은 24일 개최된 네이버의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2016’에서는 대놓고 구글과 페이스북을 언급하며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