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북적거리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개성있고 차별화된 메뉴를 갖고 있다. 미식가와 식도락가들이 늘어나면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음식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상품성이 뛰어난 메뉴는 입소문을 타고, 각종 방송이나 SNS로 확산되면서 해당 음식점에 명성을 안겨준다. 이벤트나 인테리어로는 잠깐 시선을 끌 수는 있을 뿐 장기적으로 고객을 다시 오게 만드는 힘은 강력한 메뉴이다.

패션만큼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국내 외식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대박 음식점이 되는 메뉴 개발 전략은 무엇일까?

◆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버 콤비네이션' 전략 젊은층에 인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서로 다른 맛을 조화시키는 플레이버 콤비네이션(flavor combination)은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 고객층들에게 인기를 얻는 메뉴 개발 전략이다.

짬뽕과 파스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니뽕내뽕에서는 짬뽕과 파스타, 피자까지 판매한다.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서 여럿이 함께 즐기면 짬뽕의 매운 맛과 피자의 치즈 맛이 잘 어우러진 새로운 맛을 체험할 수 있다. 짬뽕은 국물이 있어 음료가 필요 없지만 파스타나 피자는 음료가 필요해 음식점 입장에서는 부가적인 매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떡볶이와 치킨의 결합도 돋보인다. 매운 떡볶이 소스가 후라이드 치킨의 느끼함을 잡아줘 개운하고 중독성있는 메뉴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바른치킨은 퐁듀치즈를 곁들여 매콤달달한 맛의 떡볶이와 바삭한 식감의 현미쌀 치킨이라는 이색 궁합을 선보였다. 이 둘을 묶은 ‘순덕이세트’ 는 전체 세트메뉴 판매의 76%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바른치킨은 또 치킨과 막걸리를 결합시켰다. 치킨하면 치맥이라는 공식을 깬 것이다. 현미쌀 파우더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 쌀치킨과 어울리는 막걸리칵테일을 개발했다. 일명 ‘막테일’ 은 바나나를 베이스로 막걸리에 망고, 녹차 향을 가미한 신개념 주류이다.

바른치킨 동탄남광장점의 주 고객은 20대 대학생과 20~30대 직장인들이다. 특히 여성 비중이 높은 이 작은 매장에서는 쌀치킨과 부드럽고 달콤한 막걸리 칵테일이 인기를 얻으며 하루 평균 200만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메뉴 통일성 획일성 탈피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고객이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동일한 메뉴와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는 통일성과 획일성이 특징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취향이 다양한 소비자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프랜차이즈 점포 대신 개인셰프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기도 한다.

이처럼 갈수록 세분화되는 고객 취향을 겨냥해 일부러 가맹점별로 차별화된 맛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도 등장했다. 프리미엄 이자카야 프랜차이즈인 청담이상은 일명 ‘오스스메(메뉴품평회)’ 로 불리는 제도를 도입해 전국 50여 매장 어디를 가더라도 각 매장만의 특색을 담은 세트 메뉴가 제공되도록 지원해준다.

청담이상 광어사시미 메뉴.

메뉴 품평회는 매년 개최되며 이 자리에서 가맹본부는 기본 메뉴 구성 외에 지역 상권에 맞는 개성있는 세트 메뉴를 제안한다. 메뉴 제안은 가맹본사의 메뉴 개발자가 하지만 메뉴 선정에는 가맹점주 의견이 최우선으로 반영된다. 청담이상은 이 제도를 통해서 점포당 매출을 10~20% 이상 향상시켰다.

같은 청주라도 산남동 상권은 법원과 검찰청 등 공기관이 밀집해 있어 단가가 높은 고급 메뉴가, 복대동 상권은 대학생 등 젊은층이 주 고객층인 만큼 비교적 저렴한 세트 메뉴가 어필하고 있다. 청담이상 청주산남점에서는 이상준마이와 도미사시미, 나가사키오뎅탕을 세트로 묶어 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청주복대점에서는 이상준마이와 연어사라다, 카이센야끼우동을 묶어 8만원에 판매 중이다. 이렇듯 비슷한 지역이라도 각 상권의 특성에 맞춰서 세트 메뉴를 차별화해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다.

성공한, 개성있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 청담이상은 프리미엄 이자카야전문점답게 시그니쳐 사케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최고의 사케 브랜드(죠젠미즈노고토시)와 청담이상이 콜라보레이션으로 개발한 사케인 ‘이상준마이’ 는 목 넘김이 부드러워 여성 고객의 선호도가 높다.

◆ 가성비를 강조한 ‘컴필레이션’ 메뉴 구성도 인기

최소한의 비용으로 현명하게 소비하려는 스마트 소비족이 늘면서 여러 가지 인기 메뉴를 한데 모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한 컴필레이션 푸드(compilation food) 전략도 메뉴 개발방식으로 인기다. 가성비를 겨냥해 일시적으로 1+1 행사를 하거나 묶음세트를 파는 게 아니라, 인기메뉴를 복합한 상품을 주력 메뉴로 내놓음으로서 고객에게 어필하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김밥을 비롯해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면요리, 분식 등 5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분식 레스토랑 얌샘김밥은 ‘모닥치기’ 라는 컴필레이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가격대비 알찬 한 끼를 제공하자는 컨셉으로 구성된 모닥치기의 가격은 7천원이다. 떡볶이와 모닥치기 김밥, 수제튀김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얌샘김밥 모닥치기 메뉴.

중대형 규모로 출점하는 비비큐 프리미엄 카페에서도 황금올리브치킨은 물론 패스츄리피자, 해물 수제비, 샐러드까지 한번에 즐기는 여럿이함께형 메뉴세트가 인기다. 생일파티나 직장인 회식, 가족모임에서 선호되는 메뉴다.

놀부부대찌개&철판구이는 한 번에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반반 부대찌개' 를 출시했다.
두 개의 칸으로 나뉜 냄비에서 두 가지 종류의 부대찌개를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내 맘대로 메뉴’, 커스터마이징 전략도 인기

자기만의 주관과 개성이 뚜렷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먹거리를 고를 때도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특색 있는 메뉴를 선호한다. 정형화된 메뉴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입맛에 맞게 직접 재료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일명 ‘내 맘대로 메뉴’ 는 젊은층을 겨냥한 메뉴 전략이다.

‘나만의 카레’ 를 지향하는 일본식 카레 레스토랑 코코이찌방야는 밥의 양과 카레의 매운 정도, 그리고 토핑까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카레를 만들 수 있다. 밥은 200g부터 600g까지 제공되며 매운 맛의 단계는 약 12단계다.

코코이찌방야 라이트야채치킨카레 메뉴.

또한 새우 등의 각종 해산물, 채소, 소고기 등 다양한 카레베이스에 20여 가지가 넘는 토핑을 추가로 선택 구매할 수 있어 완성할 수 있는 카레 메뉴의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정형화 된 카레가 아니기에 물리지가 않아 인기다. 고객들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가장 맛있는 조합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수만가지 맛의 조합을 내세운 전략이 인기를 얻으면서 김포공항점의 경우 144.2㎡ 매장에서 월 1억5000만원대 매출을, 건대스타시티점은 108.9㎡에서 7000만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141.9㎡에서 월 1억5000만원대 매출을 올리는 강남점은 경쟁이 치열한 강남상권에서 장수매장으로, 일대 상권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33㎡의 소자본, 소평수 희망 창업자에게 맞춘 코코이찌방야 테이크아웃 키친모델을 선보이면서 포장구매 시에도 나만의 맛을 찾아 카레와 토핑을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컵스테이크전문점 스테이크보스도 고객맞춤 메뉴 구성이 돋보인다. 컵스테이크란 컵밥처럼 컵 안에 스테이크를 넣어 들고 다니면서 먹는 음식이다. 컵 상단에는 스테이크 원육과 브로콜리, 버섯, 양파, 양상추, 감자튀김 등 스테이크의 맛을 조화롭게 하는 부재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테이크는 특허 받은 발효에이징기법으로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고객들은 돼지고기, 소고기(부채살&알목등심), 닭고기 중 선호하는 재료를 고른 후 32oz 사이즈 컵에 콜라, 에이드, 맥주, 와인증 원하는 음료를 고를 수 있다.

강력한 메뉴는 음식점의 절대가치이자 본질이다. 신생 음식점들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깜짝 놀랄 메뉴로 SNS상에서 화제를 뿌리며 대박 점포로 자리잡는다. 최근들어 개인오너가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인데, 작은 음식점들이 이들 골리앗과 싸워 이기는 비결 역시 독특한 메뉴 개발이다.

역사가 오래돼 식상하고 진부한 느낌을 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로 차별화되고 강력한 신상품 개발로 브랜드에 신선함을 불어넣으며 혁신을 지속해간다. 건강에 좋지 않은 원재료를 프리미엄급으로 바꾼다든지, 이국적인 맛을 한국의 맛과 잘 조합하는 것, 모듬메뉴를 통해 다양한 맛을 동시에 즐기게 하든지, 원하는 맛만 골라서 먹을 수 있게 하는 것 등 어느 방법이라도 좋다. 메뉴 개발의 달인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