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남매 사이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이 ‘주식 교환’을 한 뒤, 이마트와 신세계 모두 빠른 속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의도대로 남매가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진입함에 따라 나타난 결과다. 이들 남매의 주식 교환으로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를,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을 맡는 구도가 형성됐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마트(139480)신세계(004170)의 3분기 매출액은 각각 전년대비 7%, 25% 안팎으로 늘었을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은 백화점 부문 매출이 4.4% 증가했고 마트 부문 매출은 1~2%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현대백화점 매출은 8%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매출 증가폭이 경쟁사를 크게 앞선 것이다.

계열사인 편의점 위드미(160%), 호텔 및 면세점(35~40%), 신세계푸드(20%), 트레이더스(20%) 등의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9월 9일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개장 기념행사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자가 잇따르고 있어 수익성은 악화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남매가 상대방의 사업 영역을 돕지는 않고 있어 그룹 차원으로 보면 시너지 효과가 점차 미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확장 정책 나선 신세계 남매…매출 늘지만 수익성은 의문

지난 4월 29일 정용진 부회장과 여동생 정유경 사장은 각자 보유 중이던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 전량을 사실상 맞교환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지분(7.3%)을 정 사장에게 1523억원에 매각하고, 정 사장으로부터는 이마트 지분(2.5%)을 1286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만 9.8% 갖게 됐고, 정 사장은 신세계 지분만 9.8%를 보유하게 됐다. 두 회사 모두 최대주주는 18.2%의 지분을 보유한 이명희 회장이다.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나눠 경영하기 시작한 뒤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개장 외에도 삼성동 코엑스몰 운영권을 따내 ‘강남벨트’를 구축한 상태다. 일산에는 이마트몰을 열었고, 노브랜드 중심의 신사업도 펼치고 있다. 앞서 내놓은 식품 브랜드 피코크, 편의점 위드미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양삼송, 안성, 인천 청라⋅송도, 부천 등에도 스타필드 하남과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을 추가로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 명동점에 면세점을 차린 것 외에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을 재개장했고 경상남도 김해에 신규 백화점을 열었다. 이와 별도로 화장품 사업을 위해 오산 제조공장을 인수했고, 신세계인터내셔널을 통해 명품 한국 판권 인수도 추진 중이다.

문제는 공격적인 확장 정책으로 당분간 수익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그만큼 쇼핑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시너지 효과 문제 없나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남매의 독립 경영으로 신세계와 이마트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필드 등 정 부회장이 생각해 낸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을 면세점에 접목시키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있어)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은데 신세계 내부에선 검토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관. 면세점은 뒤쪽 신관 건물에 입점해 있다.

신세계의 100% 자회사 신세계DF(면세점)는 현재 명동 신세계 본점에서 영업 중인데, 이번에는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면세점을 입점시키려고 하고 있다. 총 3장의 대기업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신세계와 롯데,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HDC신라가 경합 중이다.

신세계가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신세계(사업자 조선호텔)는 2013년 7월 김해공항 면세점 특허를 낙찰받아 운영해 오다 매해 200억~300억원의 적자를 내자 아예 사업권을 반납했다. 김해공장 면세점 사업권 반납은 정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해공장 확장 발표가 나오자 신세계 면세점 담당 직원들 사이에서 섣부른 결정이 아니었냐는 얘기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서로 단기적인 성과에 너무 많이 신경쓰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