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체 에스원이 지난 8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4회 시큐리티 솔루션 페어'에서 손을 스치듯 통과시키면 지문을 인식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KT텔레캅은 학원 출입구에 설치한 얼굴 인식 장치로 학생들이 출석한 시간을 확인해 학부모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업체 풀무원은 식품 운송 차량의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최근 보안업체 에스원과 제휴를 맺었다. 주택이나 상가에 누군가 침입하면 출동하는 보안 서비스가 본업인 에스원과 식품업체는 왜 기름값 때문에 손을 잡았을까? 해답은 에스원의 새로운 서비스에 있다. 에스원은 운전자들의 급제동·급가속 같은 ‘운전 습관’을 분석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식품 배송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뒤 시간대별 차량 속도를 초단위로 측정해 이를 풀무원에 통보해준다. 풀무원은 이를 바탕으로 운전 습관이 좋은 운전자와 나쁜 운전자를 가려내 이들에게 각각 포상과 벌칙을 부과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차량 한 대당 한 달에 1만5000원을 에스원에 지불하는데, 기름 값은 예전보다 한 대당 3만원이 줄었다”며 “결과적으로 한 대당 1만5000원을 벌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태권도 학원은 올여름 KT텔레캅에 의뢰해 학원 출입구에 아이들이 출석할 때마다 얼굴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 ‘얼굴 인식 장치’를 설치했다. 학원이 월 사용료 5만원(학원생 100명 이하 기준)을 내면, KT텔레캅은 이 장치에서 찍은 아이들 사진을 학부모의 스마트폰 번호로 시간과 함께 문자 전송해준다. 미리 스마트폰 앱으로 본인 인증을 해놓은 학부모는 아이들이 학원에 언제 도착했는지, 언제 떠났는지 알 수 있다.

‘방범 서비스’로 성장한 보안업체들이 진화하고 있다. 각종 보안 기술이 발달하자, 이를 활용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방범 서비스 역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직원 근태 관리는 기본, 신선식품 온도 관리도

국내 3대(大) 무인경비업체로 꼽히는 에스원·ADT캡스·KT텔레캅이 ‘방범과 보안 사업’에서 파생된 신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앞선 사례 외에 출입구 지문인식기를 통한 직원 근태 관리, 신선식품 배송 차량 온도 변화 통보, 렌터카 도난 차량 위치 추적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에스원은 최근 3년 사이 신사업 비중이 급증하면서 전체 매출의 40%까지 성장했다.

에스원은 건물 내부 침입자를 확인하는 데 쓰였던 ‘열 감지 센서’ 원리를 이용, 신선식품 배송 차량 온도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고객은 대상·오뚜기 등 식품업체 대부분이다. 차량 내부에 온도계를 부착하고, 온도가 높아지면 식품회사 관제실에 경고해주는 방식이다. 운전자들이 식품을 하역할 때 기름값을 아끼려고 에어컨을 껐다가 다시 켜는 것을 깜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서비스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기존 방범 서비스는 진화… 비명 소리 감지하는 지능형 CCTV도

‘방범 서비스’ 역시 첨단 기술이 도입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KT텔레캅을 통해 서울 캠퍼스에 비명 소리를 감지하는 지능형 CCTV를 설치했다. CCTV는 비명 소리가 갖는 특유의 주파수를 인식하고, 그 소리의 위치까지 추적해 학교 관제실에 알려준다.

에스원이 개발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설치한 지능형 CCTV는 이상행동·위급상황 등 사람의 14가지 행동 패턴을 인지할 수 있다. 비상계단에서 사람이 갑자기 빨리 움직인다든지, 엘리베이터 안에 서있던 사람의 키높이가 갑자기 낮아졌다든지 하는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관제실에 통보해 준다. 도난·침입 같은 범죄 패턴이 인지되면, 근처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자동 녹음된 비상 경고가 방송된다. 임석우 에스원 부사장은 “보안 시장은 이런 신사업 덕분에 최근 해마다 10%씩 성장하고 있다”며 “안전에 대한 수요 증가에다 첨단 IT 기술의 발달로 보안 시장이 외연을 넓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