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노트7의 첫날 판매량과 비교했을 때 아이폰7이 3배 가량 더 잘 팔린 것 같습니다. 하루에 100대 판매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제트블랙 색상 모델의 인기가 가장 많습니다.”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7’ 시리즈가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된 21일. 서울 신촌과 명동, 강남 일대에 있는 이동통신 유통점 관계자들은 오랜만에 북적이는 매장 분위기에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애플이 야심차게 선보인 아이폰7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여러 색상 가운데 제트블랙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아이폰7을 내놓은 애플이 하반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대어(大魚)였던 갤럭시노트7의 대기 수요층을 어느 정도 흡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미 갤럭시노트7을 사용 중인 이들은 아이폰7으로 교체를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조만간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아이폰7 예약 구매자들이 21일 오전 명동 프리스비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아이폰7이 몰고온 활기…“제트블랙 인기 최고”

이날 애플의 국내 공식 대리점인 명동 프리스비는 이른 아침부터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방문객 대부분은 아이폰만 써온 애플의 충성고객이었다. 아이폰7을 빨리 만나기 위해 오전 5시부터 기다렸다는 이모씨는 “아이폰7 출시일만 손꼽아 기다려 왔다”면서 “제품을 가장 먼저 받아보고 싶어 일찍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오전 11시쯤 찾은 신촌 일대의 이동통신 유통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점포 전면 유리벽에 아이폰7 출시를 알리는 포스터를 붙여놓고 있었다. 이중 한 매장에 들어갔다. 뒤를 따라 들어온 한 여성 고객이 매장 문을 열자마자 “예약한 아이폰7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얼마 후 들어온 외국인 고객도 곧장 계산대로 이동해 예약자임을 밝히고 아이폰7을 받아갔다.

한 유통점 판매원은 “갤럭시노트7 출시일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3배가량 증가한 것 같다”며 “오후 1시까지 50대 정도 팔았는데, 지금 속도대로라면 오늘 하루에만 100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KT 매장 앞에 아이폰7 홍보 입간판에 세워져 있다.

매장 방문객들은 아이폰7의 제트블랙 색상 모델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동통신 3사가 이달 14일부터 20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한 사전 예약판매 기간에 가장 빨리 완판된 모델도 제트블랙 색상이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강남역 인근 유통점에서 만난 한 고객도 제트블랙 모델을 찾았다. 이곳 판매원은 “제트블랙 모델의 인기가 좋아 사전 구매자들도 많이 선택했다”며 “사전 구매 물량을 제외하고 남은 물량은 오전에 모두 팔렸다”고 안내했다.

제트블랙 모델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일부 판매점에서는 이를 활용해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판매점의 경우 아이폰7 제트블랙 모델을 찾는 고객이 들어오면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중 어느 쪽인지 먼저 확인한 다음 번호이동을 해야만 줄 수 있다고 안내한다”고 귀띔했다.

아이폰7 예약 구매자가 신촌의 한 에이샵에서 제품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갤노트7 사용자는 '갈팡질팡'…삼성 교환 정책이 최대 변수

이동통신 유통망 관계자들은 갤럭시노트7과 아이폰7을 놓고 고민하던 대기 수요자의 상당수가 이날 아이폰7을 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강변테크노마트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갤럭시노트7을 살 수 없게 돼 아이폰7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고객을 여러 명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갤럭시노트7을 소유한 이들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005930)의 권고에 따라 제품을 교환하거나 환불(개통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섣불리 아이폰7으로 갈아탔다가 후회할 수도 있어 고심 중인 것이다.

신촌의 한 유통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이용자 가운데 아이폰7으로 바꿔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명동의 한 판매점 관계자도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8 또는 갤럭시노트8으로 교환해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폰7 구매를 망설이는 듯 했다”고 말했다.

현재 갤럭시노트7을 이용 중이라는 회사원 송모씨는 “아이폰7으로 바꿀까 잠시 고민했지만 삼성에서 갤럭시S8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결정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이폰7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앞에서 대기 중이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 모바일영업팀 전무는 이달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만나 “갤럭시노트7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고객의 교환·환불을 촉진시키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김 전무는 “새로 선보일 프로그램은 소비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유통망도 혜택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사용자가 저희(삼성) 제품으로 쉽게 갈아타고, 내년에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해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