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공무원인 이재은(40)씨는 포인트를 두둑하게 쌓아준다는 SC제일은행의 ‘리워드360 체크카드’가 곧 없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부랴부랴 은행에 찾아가 발급 신청을 완료했다. 이씨는 “지인들이 체크카드지만 신용카드만큼 혜택이 좋다며 없어지기 전에 막차를 타라고 해서 마음이 급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알짜카드를 내놓고선 불시에 단종시켜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처음 상품을 내놓을 때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만큼 좋은 혜택을 내놓아 고객들을 모았다가 적자가 커지자 슬그머니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NH농협카드의 ‘NH농협 시럽카드’가 6개월 만에 단종됐고, 오는 21일엔 SC제일은행의 ‘리워드360 체크카드’ 판매가 종료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일 “카드사는 규정에 따라 신상품 출시 후 제공키로 했던 부가서비스는 3년간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없다”면서 “일부 인기 카드의 경우 적자가 커지자 아예 상품을 팔지 않는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10월 들어 발급이 중단된 ‘리워드 360 체크카드’ 미키블루(위)와 NH농협카드의 ‘NH올원 시럽카드(신용)’

◆이달 들어 알짜카드 2종 사라져

SC제일은행은 오는 21일부터 ‘리워드 360 체크카드’ 발급을 중단한다. 20일까지만 카드 신규·추가 발급 신청이 가능하다.

이 카드는 이미 지난 6월 일부 디자인으로는 신규·추가 발급이 중단됐었다. 그런데 21일부터 그나마 발급이 가능했던 ‘미키 블루’와 ‘미키 옐로'마저 없어지는 것이다.

이 카드는 체크카드 상품 사이에서 알짜카드의 대표 주자로 꼽혀왔다. 식당·병원·학원·온라인 업종에서 포인트를 5%씩 쌓아주고, 그외 가맹점에서는 0.2%씩 쌓아준다. 포인트를 은행 내, 외부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BC 탑포인트나 항공마일리지로 전환도 가능하다.

최근 출시된 카드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끌었던 NH농협카드의 ‘NH올원 시럽카드(신용)’도 지난 17일부로 신규·추가 발급을 중단했다. 발급 중단을 공지한 뒤에 일부 재테크 커뮤니티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시럽카드 대란’이 일어났다.

NH농협카드에 따르면 시럽카드 발급 중단을 공지한 지난 10일 이후 시럽카드 발급 신청 건수는 11일 3300좌, 12일 9000좌, 13일 1만3200좌로 꾸준히 늘어 발급 신청 마지막날이었던 14일에는 1만5000좌까지 치솟았다. 이는 평소 시럽카드의 하루 평균 발급 신청 건수인 3000좌에 비교하면 다섯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지난 14일 시럽카드를 발급받은 윤현일(30)씨는 “알짜카드를 잡는 막차를 타자는 심정으로 서둘러 농협 영업점에 가서 시럽카드를 발급받았다”고 전했다. 시럽 체크카드는 올해 말까지 발급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가 기존 RPM 카드 판매를 중단하고 지난 5월 혜택을 개선했다며 신한 RPM+(플러스) 카드를 내놓았다. 기존과 같은 주유 혜택을 보려면 100만원은 사용해야 한다.

◆금융당국 “절판 후 연회비 올린 유사 상품 출시는 소비자 기만”

금융 당국이 이 같은 카드 절판을 직접 제한할만한 법적 근거는 없다. 카드 상품을 절판할 때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카드사가 카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이후에 연회비를 올린 유사한 이름의 상품을 내놓는 등의 행태를 실질적인 부가서비스 축소로 보고 제한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는 주유 혜택을 푸짐하게 줬던 RPM카드를 절판하고 지난 5월 RPM플러스(+)카드를 출시한 뒤 ‘개악 카드’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RPM카드는 전월 실적에 관계 없이 모든 주유소에서 리터당 100원씩 적립을 해줬는데, 새로 출시한 RPM+카드에는 전월에 100만원을 사용해야 기존과 같은 혜택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연회비도 기존 RPM카드가 2만7000원(국내용)이었던 반면, RPM+카드는 3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연간 12회, 동반 1인의 영화 표 값을 1500원씩 할인해주던 서비스도 사라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혜택이 좋기로 소문난 카드를 절판한 뒤에 연회비를 올리고 전월 실적 기준을 두는 등의 행태는 실질적인 부가서비스 축소라고 보고 있다”면서 “혜택을 줄여놓고 이름이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소비자들이 오해를 할 소지가 충분하게 있는 기만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의 약관을 반려시키거나, 훨씬 까다롭게 심사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가서비스만 챙겨먹는 체리피커로 인해 카드사의 출혈이 이어져 하는 수 없이 절판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