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의 ‘묻지마 초호황’이라는 단꿈에 젖었던 아웃도어 업계가 2014~2015년 고전한 뒤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자세로 올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2014~2015년 한자릿수에 그쳤던 아웃도어 업계의 매출 성장률은 올해도 소폭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 겨울이 무척 추울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는 것은 아웃도어 업계에 있어 천운”이라며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 7조원으로 예상되는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현재로서도 ‘거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일상복 시장 진출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고 이에 주목하고 있다.

일상복 디자인을 적용한 아웃도어 의류

◆ 뒤늦은 성장통 앓는 아웃도어 업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거리로 내몰린 직장인들이 대거 산으로 몰리면서 잠재 소비자가 급격히 늘었다. 몇년 뒤 한국 경제상황이 매우 빠르게 호전되자 다시 직장으로 복귀한 이들은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로 변신했다.

한국아웃도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1990년대 초 1000억원이 조금 넘던 수준에서 2005년 1조원 규모로 10배 늘어났다. 이후 상승세는 거침없었다. 2009년에는 2조 2000억원을 기록했고 2010년 3조원, 2011년 4조원을 기록하며 매년 조 단위를 새로 썼다. 2012년엔 5조7000억원, 2013년에는 6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이 기간 동안 주요 업체들은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2013년부터다. 2013년 아웃도어 업계 매출 성장률은 11.3%로 줄었다. 2014년에는 9.4%에 그치면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성장률이 한자리로 떨어졌다. 2015년 기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7조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2014년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네파, K2 등 상위 5개 아웃도어 업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5% 감소한 3844억원에 그쳤다. 2015년은 이보다 더 나빠져 업계 1위 ‘노스페이스’ 브랜드로 유명한 영원아웃도어의 영업이익은 303억원으로 2014년보다 44.1% 줄었고, 2위 블랙야크는 378억원에 그쳐 2014년 대비(809억원) 반토막났다.

실적이 악화되다보니 이탈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에 5년간 해왔던 ‘휠라 아웃도어’ 사업을 접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3년부터 수입, 판매하던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철수를 결정했다.

올해 실적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까지의 실적이 도리어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KRIFI)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 성장세가 꺾였다고 하지만, 현재 시장만 놓고 봐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라며 “국내 경제 규모나 실제 등산 인구를 감안하면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높은 순위”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주요 국내 아웃도어 업체 실적

◆ 아웃도어업계, 살아남으려면 산에서 내려와야

국내 등산인구는 약 18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성장세를 감안하면 이미 국내 등산 인구 한 사람당 한 벌 이상 고가 아웃도어 제품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신규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교체 수요만 남았다는 것인데, 이를 감안하면 국내에 진출해 있는 90여개 아웃도어업체가 모두 먹고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결국에는 일상복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 아웃도어 업계는 혹한의 추위를 이기는 ‘방한’과 ‘등산 의류’ 등에 특화돼 있던 제품군을 일상 생활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의류나 소품류로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등산복’ 브랜드에서 벗어나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 ‘애슬레저(Athleisure)’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블랙야크는 작년 미국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라이프스타일웨어 브랜드 '나우(NAU)'를 인수했다. 이 브랜드는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활동성 좋은 비즈니스캐주얼을 추구한다. 등산을 즐기는 40~60대 층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경기 변화에 둔감한 20~30대를 겨냥한 브랜드다.

코오롱스포츠는 과거 무겁고 비싼 패딩에서 벗어나 가볍고 옷 맵시를 살릴 수 있는 패딩 재킷 ‘키퍼’를 올 겨울 신제품으로 내놨다. 중견 패션업체 세정의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은 가벼운 아웃도어 활동부터 스포츠 활동까지 이용할 수 있는 ‘CPX 라인’ 제품 비중을 지난해 10%에서 올해 40% 수준으로 확대했다.

세정 관계자는 “ ‘중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된 기존 디자인으로는 젊은 감성의 40대 소비자조차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다방면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슬림한 디자인에 다양한 색상을 입히고 충전재를 넣는 방식에 변형을 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