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1위 업체는 어느 곳일까요?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 '서든어택'의 넥슨, '모두의 마블'의 넷마블게임즈….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1~2년 새 국내 게임 시장은 외국 업체들이 휩쓸다시피 했습니다. PC게임의 1·2위 게임은 미국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입니다. PC방 점유율에서 두 게임은 각각 30% 안팎을 차지합니다. 리니지와 서든어택은 2~5% 정도입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클래시오브클랜'을 앞세운 수퍼셀과 '캔디크러시사가'로 유명한 킹닷컴이 강세입니다. 블리자드와 킹닷컴은 미국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라이엇게임즈와 수퍼셀은 중국 텐센트가 각각 대주주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를 버는지 알 수 없습니다. 4개 업체는 한국 지사를 유한회사로 세웠습니다. 유한회사는 경영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들이 세금은 제대로 내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예컨대 수퍼셀은 클래시오브클랜으로 국내에서만 10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매출을 해외에 있는 본사 수입으로 잡으면 한국 국세청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게임업체의 관계자는 "게임을 제공하는 서버(대형컴퓨터)가 해외에 있다면 국내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은 그대로 해외로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자료 요청도 거절합니다. 일 년에 한 차례 '게임백서'를 발간하는 문화부 산하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은 "수차례 자료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게임백서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게임업체들을 총망라해 매출, 이용자 수 등의 자료를 받아 작성합니다. 정부가 각종 게임 정책을 짤 때 토대가 되는 핵심 자료입니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이들을 뺀 나머지 국내업체의 데이터만으로는 국내 게임 소비 시장의 규모조차 제대로 추정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눈에 한국은 돈을 벌어가는 장터일 뿐, 상생할 파트너로 안 보이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