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19일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오랫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가 종결된 만큼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일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6월 10일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132일만에 종결됐다. 검찰과 롯데의 유·무죄 다툼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롯데그룹은 유·무죄 다툼과 관계 없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주 내에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쇄신안엔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경영 투명성 제고) ▲순환 출자 고리 해소(기업 사유화 의혹 해소) ▲기업문화 개선(사회공헌 활동) 등의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로 중단됐던 M&A(인수·합병), 신규 투자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전경.

◆ “1~2주 내 쇄신안 발표”… 호텔롯데 재상장 추진 박차

롯데그룹 관계자는 “1~2주 내 쇄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순환 출자 고리 해소, 사회공헌 활동 강화 등 세 가지가 주요 내용”이라고 말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기업 사유화 등의 문제를 검찰이 지적한 만큼 관련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한 롯데그룹 임원은 “호텔롯데의 상장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준비작업은 곧바로 시작할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은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주요 경영 현안 공시를 강화할 수 있고 주주구성을 다양화해 일본롯데의 지분율도 낮출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8월 대국민사과, 9월 국정감사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검찰 수사를 받은 롯데그룹 총수일가.

실추된 그룹 이미지 개선을 위한 계획도 발표한다. 작년 8월 이후 추진해온 순환 출자 고리 해소 작업의 속도를 높이고,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롯데는 2014년 4월 기준 9만5000여 개였던 순환 출자 고리를 작년 말 67개까지 줄였다.

사회 공헌 활동 확대와 관련해선 정책본부 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안 발표 후엔 12월에 정기인사를 단행, 쇄신안 이행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보바스 병원 인수… 롯데면세점 특허권 재도전, 롯데월드타워 완공 탄력

검찰 수사로 중단됐던 M&A(인수·합병), 신규 투자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호텔롯데 기업 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M&A나 신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호텔롯데는 이날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소 입찰 가격이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보바스기념병원을 인수해 의료 사업에 진출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앞서 호텔롯데는 프랑스 파리의 5성급 호텔, 체코 프라하 호텔 등의 인수를 검토했다가 검찰 수사로 인수 작업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Axiall Corporation)사 인수를 추진했다가 포기했다.

롯데면세점의 서울 신규면세점 특허 재취득,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연말로 예정된 그룹 역점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배수의 진을 치고 월드타워점 특허 재획득을 시도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 종료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일 오전 롯데면세점 노사 양측 100여 명은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 모여 “사업권을 반드시 탈환한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