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계의 대표적 원로인 윤병철(79·사진) 하나은행 초대 회장이 지난 14일 별세했다. 고인은 최근 5개월여간 백혈병 투병 생활을 해왔다. 1937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윤 전 회장은 거제 하청고와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농업은행(농협의 전신)에 입행했다. 이후 50여년간 금융계 외길을 걸으며,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발전과 재무 설계 지원을 통한 일반인들의 금융 지식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윤 전 회장은 1962년 한국경제인협회(현 전경련)를 거쳐 1965년 세계은행(IBRD)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합작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 민간 주도 금융회사인 '한국개발금융'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어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의 전신) 전무이사를 거쳐 1985년 한국투자금융 회장에 올랐다. 윤 전 회장은 단기금융회사였던 한국투자금융을 하나은행(현재의 KEB하나은행)으로 전환시켜 오늘날 국내 4대 시중은행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다졌다.

하나은행 회장직에서 물러난 2001년부터는 3년간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을 맡아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를 넘기는 데 기여했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퇴임하면서 20여년간 금융회사 CEO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금융과 재무 전문가를 키우는 한국FP협회 회장을 맡아왔다. 금융 분야 이외에 사회문화계와 관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회장, 국립발레단후원회 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국무총리 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정희씨와 아들 재영씨, 딸 혜원·혜경·혜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18일 오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