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노선 영업망 등 주요 사업을 매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진해운 영업망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이후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해운의 영업망 양수도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4일 아시아‧미주 노선 등 영업망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매각 방식은 공개경쟁입찰이다.

매각 대상은 한진해운 아시아‧미주노선 등 주요 노선과 관련된 모든 영업 자산이다. 영업 자산에는 인력, 시스템, 네트워크, 선박, 각종 장비 등이 포함된다. 구체적인 매각 자산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과 한진해운은 입찰에 참여한 기업에만 자산 목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주노선은 한진해운의 유‧무형 자산 중 가치가 가장 높은 자산이다. 한진해운은 올해 상반기 미주노선 점유율 7%로 전체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이후 영업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영업망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법원은 한진해운 영업망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도산 전문 한 변호사는 “법원이 회생계획안이 나오기도 전에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을 보면 한진해운 영업망 매각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 현대상선 1만TEU 초대형 선박 인수 관심…머스크‧MSC는 가능성 거의 없어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영업망을 인수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진해운이 가지고 있는 미주 노선 대부분이 현대상선과 겹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보유 중인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선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별개로 한진해운 일부 인력에 대한 비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MSC가 한진해운 영업망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머스크, MSC는 시장점유율 세계 1‧2위 선사지만, 미주노선에서는 3‧4위에 머물고 있다. 현대상선과 ‘2M’ 해운동맹을 맺기로 한 배경에도 두 업체의 미주노선 경쟁력 강화 방침이 작용했다.

하지만 머스크, MSC가 한진해운 영업망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해운업계의 중론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었다면 미주노선이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있지만, 법정관리 이후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노선에 자금을 투입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미국 롱비치 항구에 접안한 한진 그리스호.

◆ 영업망 붕괴 가속화…매각 어렵다는 분석도

한진해운은 올해 7월말까지 20개의 미주노선을 운영했지만, 현재 몇 개 노선이 남아있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법정관리 이후 영업활동이 중단된지 40일이 넘어가면서 반선(빌려 쓰던 선박 반납)과 현지 직원 퇴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한진해운의 영업활동이 중단되면서 해외 법인과 지점은 자체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섰다. 한진해운 미주법인은 180명을 정리해고했고, 한진해운 중국법인도 전체 직원 600명 중 200명을 내보냈다. 인력이 네트워크로 직결되는 해운업체의 인력 감축은 영업망 붕괴를 의미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등 컨테이너선사는 법정관리와 함께 자산 가치가 급락하기 때문에 영업 양도에 성공하려면 미리 준비한 뒤 법정관리에 들어갔어야 했다”며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지원을 끊으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