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외국계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가 최근 제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초안)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독자 생존 가능성이 낮은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하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포함되자 대우조선이 엉터리 보고서라며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예정에 없던 보고서 검증 작업은 대우조선 생존 쪽으로 보고서를 바꾸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다가 조선업 구조조정안이 누더기가 될 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인 조선업 구조조정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안 마련에 전적으로 나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간에 구조조정을 위임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조선업 구조조정을 민간 자율로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될 컨설팅 보고서 작성을 요구했다. 협회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 '빅3'로부터 각각 10억원 안팎을 갹출받아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대우조선은 작성 비용까지 낸 보고서에 자사를 사실상 해체하라는 내용이 담기자 협회에 항의했고 협회도 이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손에 피를 묻히는 악역을 피하는 사이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가 나서 구조조정 방안을 책임지는 기형적 구조가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욱이 정부 내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책은행이 대출과 보증에 15조원이 몰려 있고 고용만 4만명이 넘는 대우조선을 정리할 경우 사회적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빅3' 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