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말년에 거주했던 서울 가회동 자택이 매물로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고 정 명예회장이 살았던 서울 종로구 가회동 177-1 필지와 자택, 인근 필지 3곳이 함께 매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매물은 2324.2㎡ 면적의 대지와, 연면적 524.24㎡의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종로구 가회동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살았던 가회동 자택과 인근 필지가 지난달 약 40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며 “아직 매매는 되지 않았지만 정 명예회장을 비롯해 유명한 기업인들이 살던 집이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말년에 거주했던 종로구 가회동 저택

자택의 대지면적이 2324.2㎡ 것을 감안하면 희망 매각가격은 3.3㎡당 5689만원에 이른다. 최근 이 지역의 실제 거래 가격이 3.3㎡당 2600만~3400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명당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정 명예회장이 살았던 가회동 주택은 당대 최고 부자들이 살았던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 창업주이자 재계의 거물이었던 박흥식씨는 1931년부터 1988년까지 57년 동안 이곳에 살았다. 박씨는 서울에서 명당이라고 소문난 곳을 물색하다가 이곳을 찾았고, 거금을 주고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80년 운영회사인 화신산업과 계열회사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해체됐고, 이후 박씨는 가회동 집을 팔았다. 이 집은 경매를 통해 무역업자로 알려진 박우준씨에게 넘어간다.

이후 박씨는 2000년 2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이 집을 매각했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55억원에 이 집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은 청운동 자택을 2000년 3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물려주고 종로구 계동 현대 본사에서 약 200m 떨어진 가회동 집으로 이사했고, 도보로 계동 사옥을 오갔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얼마 되지 않아 아들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계속 마찰을 빚자 청운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정 명예회장이 손수 지은 청운동 집을 잊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 명예회장은 이듬해 3월 21일 작고할 때까지 주로 청운동 집과 아산병원에 머물렀다.

가회동 집은 정 명예회장이 세상을 뜬 후 배우자인 고 변중석 여사에게 잠시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2001년 9월 부동산 사업가로 알려진 정형순씨가 매입했다. 정씨는 현재까지 이 자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 자택은 한보그룹 회장을 지낸 정태수씨가 2003년부터 2년 정도 세 들어 살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보철강 부도에 따른 거액의 부채와 세금 체납이 있었던 정씨가 재기를 위해 명당으로 꼽히는 이곳에 거처를 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