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스타벅스 한국 진출 이후,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다방’ 시대가 끝났다. 대신 '들고 다니며 마시는' 커피 시대가 시작했다.

들고 다니며 마시는 시대의 주인공은 2013년까지만 해도 단연 ‘아메리카노’였다. 2013년 스타벅스에서는 아메리카노(핫·아이스)가 판매량 1위(3070만잔)를 기록했다. 2위인 카페라떼(1670만잔) 판매량의 2배에 달한다.

2014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더치커피, 핸드드립 등 이전에는 마니아들만 찾던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가 늘어나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명성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전에 마시던 커피 맛이 아닌, 색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 커피를 대하는 입맛도 점차 고급화되고 있다. 쓴 맛이 강한 기존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부드러우면서 원두 향을 살린 ‘콜드브루’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통적인 형태의 콜드 브루 커피 추출기.

콜드 브루는 말 그대로 차갑게 내린 커피다. 기존 아이스 커피는 얼음 위에 에스프레소 원액을 부어 만든다. 콜드 브루는 갈아 놓은 원두를 차가운 물에 최소 1시간 길게는 24시간동안 담가 맛과 향을 낸다. 맛과 향이 은근히 우러나오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커피에 비해 부드럽다.

‘산도(acidity)가 낮다’는 특징도 있다. 산도는 커피의 신맛을 나타내는 지표다. 안 좋은 신맛을 말하는 ‘시큼함(sourness)’과는 다르다. 콜드 브루는 열을 가하지 않고 상온에서 추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커피 원두 안에 있는 산 성분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 콜드 브루는 또 아이스커피와 같은 강렬한 풍미 대신 달착지근한 맛을 가지고 있어 물이나 맥주처럼 마실 수 있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카페베네, 할리스커피 등 커피 전문점들은 올해 일제히 콜드 브루 신메뉴를 내놨다. 스타벅스는 1년여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기존 더치커피 추출 방식인 점적식(點滴式) 대신 침출식(浸出式) 콜드 브루를 만든다. 점적식은 3단계의 긴 추출 기계로 뽑아내는 방식, 침출식은 녹차 티백을 찬물에 우려내 듯 커피 원두 가루를 찬 물 속에 넣고 3~24시간 우려내는 방식이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제한된 인원이 14시간씩 우려내는 콜드 브루는 하루에 추출되는 양이 한정돼 있어 1일 제공할 수 있는 커피 수량이 정해져 있다.

유통 대기업들의 도전도 거세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3월 선보인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Cold Brew by Babinski)’'는 콜드 브루라는 이름으로 더치커피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국내 최초의 제품이다. 일부 커피 전문점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콜드 브루 커피를 국내 최초로 대량 생산했다.

2015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찰스 바빈스키(Charles Babinski)

이 제품은 콜드 브루의 맛과 향이 살아있는 10일간, 야쿠르트 판매원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제품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2015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찰스 바빈스키(Charles Babinski)’와 손 잡았다.

바빈스키의 레시피를 살려 물과 커피, 국내산 최고급 우유(카페라떼)를 제외한 합성착향료, 합성첨가물 등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등 완제품 2종과 다양한 레시피로 즐길 수 있는 ‘앰플’ 등 음용 형태를 늘린 것도 장점이다.

이 제품은 3월 출시 이후 2016년 8월까지 1000만개가 넘게 팔렸다. 여전히 하루 평균 10만여개가 팔린다. 하루 평균 매출은 2억원, 월 매출은 40억~50억원 수준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콜드 브루 방식으로 우려낸 커피는 뜨거운 물로 우려내는 커피에 비해 자연스러운 단맛이 더해져 보다 부드럽고 깔끔하며, 청량감이 돋보인다”며 “신선한 커피를 위해 1년 이내의 고급 햇원두만을 엄선해 블렌딩하고 매일 로스팅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