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타Ⅱ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처음 제기한 내부 직원 때문에 골머리 앓고 있다. 이 직원의 제보로 시작된 의혹은 결국 국토부 조사로 이어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 직원이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타Ⅱ 엔진 이외에 다른 차종의 부품으로 조사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 결함 의혹...공개된 것은 ‘빙산의 일각?’

자동차업계의 관심은 이 직원이 얼마나 많은 현대차 결함 관련 내부 정보를 알고 있느냐에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 나온 차량 결함 의혹은 빙산의 일각’, ‘추가 폭로가 계속될 것'이라는 둥 소문도 무성하다.

현대차는 세타Ⅱ 엔진 건 이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 또 이 직원이 제기한 의혹들은 전부 해명한 상태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현대차는 세타Ⅱ 엔진의 국가별 서비스 차별 논란과 관련해 엔진 보증기간 연장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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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국내 판매 차량 중 세타Ⅱ 2.4 GDi와 2.0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차종의 엔진 보증기간을 기존 5년 10만km에서 미국에서 적용되는 기준과 같은 10년 19만km로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대차로선 이 내부 직원이 외부 일각에서 의인(義人)으로 인식되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부담스럽다. 현대차의 국내와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1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서비스 형평성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이 내부 직원은 현대기아차에서 25년째 근무 중인 엔진 전문 엔지니어로 리콜 관련 업무도 담당한 바 있다. 그가 현대차의 차량 결함 의혹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현대차가 안전 관련 결함을 확인하고도 법적의무인 리콜을 진행하지 않아 공익적인 차원에서 제보했다는 설과 미국에서 포상금을 받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이 직원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회사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많은 자료를 갖고 언론사 등에 제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잇따른 리콜 사태로 ‘초긴장’

현재 현대차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결함시정(리콜) 사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현대차는 지난 9일 미국에서 판매한 쏘나타 엔진 결함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에게 수리비 전액을 보상해 주기로 했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지난달 30일 베이징현대가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9만8684대에 대해 변속기 제어장치 이상으로 전량 리콜을 명령했다. 이번 리콜 대상 차량은 지난해 9월 5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생산된 투싼 전체 물량이다.

국내에서는 국토부가 싼타페 차량 에어백 결함을 발견하고도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현대차를 고발했다.

문제는 이런 리콜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언론에 제보하고 있는 현대차 내부 직원은 지난 4월 아반떼는 리콜했지만 같은 에어백 제어 유닛(ACU)을 탑재하고 있는 i30는 리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SUV인 쏘렌토의 클럭스프링(경적·에어백 등을 작동하기 위해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 불량에 의한 에어백 미전개 결함도 기아차가 리콜하지 않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미국의 리콜 담당기관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도 관련 사항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파업과 리콜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자동차 품질 역시 떨어질 수 있다"며 "차량 은폐 의혹이 장기화되면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내부 제보자 국토부 접촉...결함 은폐 의혹 확산되나

현대차 세타Ⅱ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처음 제기한 내부 직원이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산하에 있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자동차의 기술적 결함 여부 등을 조사해 리콜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다.

12일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차의 차량 결함 은폐 의혹을 제기한 내부 직원이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먼저 연락해 만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현대차 내부 직원의 제보 내용과 리콜센터 신고 내용 등을 활용해 세타 엔진 결함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 직원은 이달 초 현대차가 세타Ⅱ 엔진을 탑재한 2011~2012년형 쏘나타를 미국에서만 리콜하고 국내에서는 결함을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엔진은 현대 그랜저, 쏘나타, 기아 K7, K5 등에 들어가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직원이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접촉함에 따라 세타Ⅱ 엔진 이외에 다른 차종의 부품으로도 조사가 확대되는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현 시점에서 세타Ⅱ 엔진 이외에 현대차의 다른 차종의 부품까지 조사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타Ⅱ 엔진 조사도 현대차 직원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2012년부터 올해까지 자동차리콜센터에 5건의 신고가 들어와 이번에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