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따른 지각변동이 계속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의 연산·처리에 사용된다.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기술 확보를 위해 M&A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들어 9월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총 553억달러(약 61조6800억원) 규모의 M&A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2014년 연간 M&A 규모인 169억달러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금액이다.

3분기에 진행된 대형 M&A 3건이 합계 510억달러(약 56조8900억원)를 기록하며 전체 규모를 끌어올렸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7월 330억달러를 들여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을 인수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암은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이끌 핵심 기업"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폰, 가전 등 여러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원격 제어하는 기술로, 암은 이런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일주일 뒤엔 미국 반도체 기업 아날로그디바이스가 경쟁사 리니어테크놀로지를 148억달러에 인수했다. 두 회사는 모두 디지털 신호를 소리·빛·전기 등 다양한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인수를 통해 리니어테크놀로지의 전력 제어용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달에는 일본의 자동차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미국 인터실을 32억달러에 인수했다. 인터실은 전기차의 배터리 전압을 제어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다.

올해 반도체 기업들의 M&A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퀄컴이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NXP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본격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NXP 인수 가격은 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