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현지시각) 아침,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7번 도로의 한 버스 역사. 승객들이 교통카드를 리더기에 대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었다. 버스 2~3대를 연결해 최대 250명이 탑승 가능한 트렁크(Trunk) 버스는 작은 지하철을 연상케 했다. 이 버스는 중앙차로를 달리며, 출퇴근길 보고타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고타시 교통공사 트랜스밀레니오(TransMilenio)는 시민들이 교통카드를 리더기에 대면 승차, 요금, 버스 GPS(위성항법장치) 정보를 통신망을 통해 취합한다. 이들 정보를 사용하면 버스의 위치는 물론 정체 구간을 파악해 배차시간 조절이 가능하다.

트랜스밀레니오의 성공적인 운영에는 한국 기업의 기술·노하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그룹의 IT서비스기업 LG CNS는 보고타시 대중교통 요금자동징수(AFC) 및 버스운행관리시스템(FMS) 사업을 수주하고 2012년 7월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2015년 9월에는 120개 역사의 AFC 장비도 LG 제품으로 교체했다.

IT서비스기업 LG CNS가 보고타시 교통공사 트랜스밀레니오의 요금자동징수 및 버스운행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장광옥 LG CNS 콜롬비아법인장은 “중남미 대다수 도시는 교통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면서 “보고타시 사례를 발판으로 중남미에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스마트교통 시스템을 전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3200억 규모 스마트교통 사업 수주 쾌거

LG CNS는 2004년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2008년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과 오클랜드에 교통카드 단말기 시스템을 수출했다. 이어 콜롬비아 보고타, 그리스 아테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에서 스마트교통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보고타시는 LG CNS의 대중교통 운영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만 해도 교통지옥에 시달렸다. 버스들은 정거장을 무정차 통과했고, 배차 간격도 엉망이었다. 시민들의 한달 평균 대중교통요금이 최저임금(60만 페소)의 10%를 넘는 7만 콜롬비아 페소(3만5000원)에 달해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보고타시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3200억원 규모의 사업을 국제 경쟁 입찰에 부쳤다. 트랜스밀레니오는 입찰 공고부터 기술 및 가격 심사까지 전 과정을 공개로 진행했다. LG CNS는 2011년 5월부터 3개월간 스페인, 브라질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보고타시 대중교통 혁신을 발판으로 12개 지방도시의 교통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11월 60억원 규모의 콜롬비아 파스토(Pasto) 버스관리시스템 사업계약에 성공하면서 다른 11개 도시에서도 추가 수주 가능성을 열었다.

LG CNS는 브라질 상파울루 버스운행정보안내시스템, 페루 리마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을 비롯해 중남미 스마트교통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콜롬비아 스마트교육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장광옥 LG CNS 콜롬비아법인장이 보고타시에 구축된 스마트교통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콜롬비아 교육부는 주요 5개 도시에 정보통신기술(IC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센터를 설치하고, 교육용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해 초·중·고등학교에 보급했다. LG CNS는 2013년 12월 3500만달러(370억원) 규모의 ICT 교육역량 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선정됐다.

장광옥 법인장은 “한-콜롬비아 FTA 발효로 콜롬비아 정부 사업 입찰시 외국 기업에 부여되는 감점요인이 없어졌고, 교통카드 같은 제품을 도입할 때 부과되는 관세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 철도·건설·전자 등도 FTA 수혜 기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7월 한-콜롬비아 FTA 발효에 대해 “우리나라는 콜롬비아 제2차 국가개발계획(2014~2018년)에 최적의 파트너”라며 “ICT, 전자상거래, 의료,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기대한다”고 했다.

보고타시는 대중교통 혁신의 일환으로 지상 철도인 보고타 메트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보고타 메트로 사업이 가시화되면 IT서비스회사인 LG CNS는 물론 올해 3월 브라질 공장을 준공, 중남미 철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현대로템 같은 회사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보고타 메트로는 물론 콜롬비아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도로, 공항, 항만 등의 인프라 개선 사업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한-콜롬비아 FTA 협정문에 따르면 건설 중장비 품목의 관세는 FTA 발효로 즉시 철폐됐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역시 콜롬비아 정부의 보건 시스템 개혁 및 의료시설 현대화 관련 투자 확대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콜롬비아 보고타시 7번 도로변에 위치한 삼성 빌딩.

보고타시 7번 도로변에 위치한 삼성 빌딩은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부터 시내 곳곳에서는 ‘삼성(SAMSUNG)’ 로고와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카를로스 마테우스 삼성전자 콜롬비아법인 부법인장은 “삼성전자는 콜롬비아 시장에서 휴대폰, TV 등 대부분의 IT제품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전체 기업 순위에서도 47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했다. 마테우스 법인장은 “휴대폰은 중국·베트남 공장에서, TV·가전 제품은 멕시코 공장에서 가져와 판매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일부 제품을 수입한다”면서 “한-콜롬비아 FTA 발효가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