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면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가 다시 한 번 조명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그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엄여진(27·사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올해 연말까지 제약·바이오주에는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년 전 신영증권에 입사한 엄 연구원은 올해 7월 처음으로 보고서를 내면서 정식 데뷔한 '새내기 애널리스트'다. 그런데 엄 연구원이 지난 22일 내놓은 '줄기세포, 끝난 줄 알았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최근 일주일간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 산업 리포트 부문 조회 수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보고서만 보고는 경력이 꽤 있는 연구원인 줄 알았는데, 올해 데뷔한 신인이라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분석의 틀을 다양화해 저평가된 '보석' 같은 종목을 많이 발굴해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엄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중·소형주가 좋을 때 제약·바이오주도 덩달아 주가가 올랐지만, 업계에서 신약 개발·기술이전 등 새로운 호재가 없어 5월을 고점으로 조금씩 내림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올해 말~내년 초에 다시 한 번 제약·바이오주가 주목받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대형주에 몰렸던 투자자의 시선이 중·소형주로 옮겨 갈 때가 됐다"며 "중·소형주로 분류되는 제약·바이오 업종도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도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엄 연구원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의약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국내 제약 회사들도 일정 부분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엄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에 투자할 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가지씩 알려줬다. 그는 "제약·바이오 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다"며 "논문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조금만 공부해보면 회사의 기술 수준, 현재 기술 개발 단계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그는 "투자한 회사가 갑자기 수익 모델을 바꾸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 본업인 연구·개발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약·바이오 업체의 사업 확장 등을 무조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톱 픽(업종 최선호주)'으로 차바이오텍과 펩트론을 꼽았다. 차바이오텍은 개발 중인 뇌졸중 치료제와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펩트론은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엄 연구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