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이하 현지 시각) 멕시코 중서부 도시 과달라하라에서 막이 오른 '제67회 국제우주대회(IAC)'는 우주 산업이 국가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왔다는 것을 보여줬다. 70개국 4000여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등 국가 기관이 주최하는 행사는 거의 없었고 행사장도 썰렁했다.

반면 민간 우주개발 업체와 우주 스타트업(신생기업)이 개최하는 발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국가가 아닌 기업이 우주에 도전하고 '누구나 우주인을 꿈꿀 수 있는' 민간 우주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장 이브 르골 국제우주연맹(IAF) 회장은 기업 대상 포럼에서 "수많은 민간 기업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우주가 꿈과 희망을 주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웹 등 우주 스타트업 관심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CEO(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가 창업한 블루 오리진은 27일 새로운 사업 구상을 발표했다. 블루 오리진은 '뉴셰퍼드'라는 로켓을 이용, 지구 대기권 밖을 잠깐 벗어나 우주를 체험한 뒤 돌아오는 관광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30분 정도 우주에 머무를 수 있다. 롭 메이어슨 블루 오리진 CEO는 "장거리 우주 관광 상품을 위한 새 로켓 두 종류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100회 이상 재활용할 수 있는 로켓으로 비행기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화면에 새 로켓의 제원(諸元) 등을 공개하자 청중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셔터를 눌러댔다.

버진 갤럭틱의 조지 화이트사이드 CEO도 기조연설에서 "25만달러를 내고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상품을 예약한 사람이 700명이 넘는다"면서 "고작 3일간의 간단한 지상훈련만으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사이드 CEO가 "언제 갈 수 있느냐"는 객석의 질문에 확답을 하지 못하자, 관객 일부는 큰소리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지구를 우주에서 정복하겠다는 야심 찬 우주 스타트업들도 있었다. 원웹의 그렉 와일러 창업자는 "통신업체 퀄컴과 기술 협력을 통해 우주에 인공위성 600개를 띄우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인공위성 600개를 촘촘하게 띄우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다. 와일러 창업자는 "이미 위성 개발이 마무리 단계이고 위성을 발사할 업체들도 선정을 마친 상태"라며 "인터넷망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해지는 인공위성 시장

인공위성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우주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약 3220억달러(약 353조원) 규모에 이르며, 그중 1230억달러가 위성 시장이다. 과거에는 미국, 유럽이 양분했지만 최근 중국·이스라엘 등 다양한 나라가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쎄트렉아이·스페이스솔루션·솔탑 등 국내 벤처기업들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참가했다. 이주진 IAF 부회장은 "발사체 기술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위성 시장이 현재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며 "중소형 위성은 완벽하게 국산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중국 등에 뒤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