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 될 조심을 보이자 정부와 민간단체 등에서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에 대해 '불매운동' 카드를 꺼냈다. 중소기업단체가 특정 기업 노조를 겨냥해 불매운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정부도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초강수를 쓸지 검토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 파업은 즉각 중단된다. 또 30일 동안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 中企 현대차 불매운동 나서나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전경.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서 기자회견을 열고”국민적 희망을 저버리고 파업이 계속될 경우 국민과 더불어 현대차 불매운동 전개 등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밝혔다.

협의회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이노비즈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15개 관련 단체로 구성돼 있다.

중소기업 단체가 특정 기업에 대해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엔 힘없는 중소·소상공인과 일반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시 협력 부품업체가 입는 하루 손실액은 900억원이다.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이어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결고리를 볼 때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현대차 평균 1년 임금은 1억원에 달해 보통 중소기업보다 2배 정도가 높다"며 "그런데도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단행해 중소기업인은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 빼드나

조선일보DB

정부도 현대자동차 파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파업동향 및 대응방안 관계장관 회의에서 "현대차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파업이 지속된다면, 법과 제도에 마련된 모든 방안을 강구해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이 말한 모든 방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있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긴급조정명령은 공익사업 또는 규모가 커 국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위험이 있을 때 결정한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등 지난 7월부터 72일간 22차례의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10만1400여대, 2조2300여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직 올해 임금협상이 끝나지 않았지만 생산 차질액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가 금지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개시한다. 이를 어기면 불법파업으로 간주돼 사법처리되며 이때 발생한 민사상 손해에 대해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조정이 실패하면 중노위 위원장이 중재재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긴급조정권 발동 사례로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및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