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과세표준 200억 초과 기업에 24% 세율 적용 법 개정안 발의

국민의당이 28일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4%로 인상하는 방안을 담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초 법인세율 인상에 부정적이던 국민의당이 입장을 바꿈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새누리당은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국내 기업이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인세 인상안에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원내 과반수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증세 공조를 펼치면 법인세 인상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 국민의당 ‘실효세율 조정 우선’→‘법인세 인상’ 입장 선회

당초 국민의당은 법인세 인상 논쟁에서 “명목세율 인상보다 비과세 감면을 정리해 실효세율을 우선 조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법인의 실효세율에 대한 분석 없이 당장 명목세율을 인상하자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법인세 인상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역시 “법인세 명목세율을 올리기보다 비과세 감면을 정리해 실효세율을 우선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라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민주가 8월 초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상향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38%에서 45%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새누리당이 법인세 인상에 느긋한 표정을 지은 것은 ‘실효세율이 우선’이라는 국민의당 입장에 의지한 측면이 컸다.

국민의당은 조만간 법인세 인상 방안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김성식 정책위의장.

그런데 최근 법인세를 놓고 국민의당 입장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됐다.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계기가 됐다. 정부가 제출한 201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국가채무는 682조7000억원으로 올해(644조9000억원)보다 37조8000억원(0.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국민의당에서는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효세율 조정을 중점에 뒀던 김성식 정책위 의장도 “정부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28조원으로 계획했다”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30조원 안팎의 재정적자를 밥 먹듯 태연하게 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세출 구조조정이 확실하게 이뤄지고 세입 측면에서도 적절한 세입과 조세정의가 이뤄지도록 개혁하겠다"고 말해 법인세 등에 입장 선회를 예고했다.

특히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2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대한상의 강연에서 “법인세 인상은 반드시 막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지금 법인세 체계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놓으며 법인세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 巨野 합심하면 법인세 인상 국회 통과 가능

법인세 인상에 대한 국민의당 입장이 바뀐 배경에는 재정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세(稅)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비과세 감면 과제를 상당 부분 수행해 이 부분에서 실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한목소리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다. 윤호중 의원 등 더민주가 발의한 법인세 인상안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기업에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현행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2%에서 24%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이 내놓은 안이 법인세 인상 적용 기업 수는 더 많지만, 늘어나는 세 부담은 더민주 안이 더 크다.

소득세 개정방향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현재 최고 과표인 ‘1억5000만원 초과’를 ‘1억5000 초과 3억원 이하’,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38%인 최고 세율을 41%와 45%로 상향하는 방식이다. 더민주는 과표 5억원 초과에 45%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누진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을 제치고 법인세 인상 논의가 진척되려면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이견이 먼저 조율돼야 한다. 최고세율을 얼마로 정할지, 최고세율이 적용될 과세표준 구간은 어디로 잡을지가 협의 관건이다. 그래야 국회의 최종 관문 본회의에서 법인세 인상안이 통과 기준인 전체 의석수 과반(더민주+국민의당 159석) 넘길 수 있다. 원내 6석을 확보한 정의당 역시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또한 법인세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법인세 인상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같은 야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법인세 인상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 입장차가 예산 심의 등을 파행으로 이끄는 돌발변수가 될 수 있다. 어렵게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법인세 인상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기사
[단독] 국민의당, 법인세 인상 대열 가세…영업익 200억원 이상 기업에 24% 세율 적용 추진<2016.9.28>
불붙는 대기업 법인세 3%P 인상…연말 국회 통과 될까, 안될까 4가지 시나리오<2016.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