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차 위반시 벌점 10점 부과 검토…벌점 40점이면 '면허정지'
과태료 재부과 가능시간 현재 2시간에서 최대 5분까지 단축도 추진

지난 28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주변 도로는 불법주차를 하고 있는 관광버스들로 가득했다. 면세점 쇼핑을 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45인승 관광버스들로 인해 긴 '버스 띠'가 이어져 있었다. 12m 길이의 관광버스들이 인도 옆을 가득 메우고 있어 길을 건너려는 시민들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거북이 걸음을 하는 차들은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댔다.

서울시가 관광버스의 불법주차로 인한 도심 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정차 위반시 과태료를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대형 면세점 정문을 빠져나온 45인승 관광버스 3대가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차로로 넘어가고 있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현재 5만원에 불과한 과태료를 15만원까지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관광버스 불법주차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도로교통법 관할 부처인 경찰청에 개정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관광버스 기사들이 불법주차를 하다 적발돼도 면세점 측 등에서 과태료를 대납해 주는 경우가 많아 단속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관광업계나 가이드가 과태료를 대납하기 부담스럽게 벌금을 무겁게 메기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관광버스는 차체가 커서 승용차 대비 점유면적이 3~4배 수준으로 교통체증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크며, 승용차는 견인조치가 가능하나 대형버스는 견인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과태료 수준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과태료 인상의 근거로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의 경우 관광버스가 도로변에 불법주차를 하고 10분을 넘기면 곧바로 1만2000엔(약 13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2점을 부과한다. 횡단보도·교차로에 불법주차를 하면 범칙금은 1만5000엔(약 16만300원)으로 뛴다. 벌점 6점이면 1개월 면허 정지, 15점이면 면허 취소다.

이에 서울시는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 현재의 제도를 바꿔 불법 주정차가 반복될 경우 운전면허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을 수 있게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정차 위반시 10점의 벌점을 부과해 4회 이상 같은 불법주차가 반복되면 면허정지(벌점 40점)가 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들이 45인승 관광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한 관광버스가 인도에서 떨어진 도로 한복판에서 앞문을 열자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지나가던 차들을 막은 채 도로를 건너고 있다.

아울러 불법주차 과태료 재부과 가능시간을 현재의 2시간에서 30분에서 최대 5분까지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단속 공무원이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즉시 이동조치 권한이 없어 2시간까지는 불법주차 단속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운전자들이 이동명령에 불응할 경우 단속공무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서울시는 또 저가 단체관광 여행사를 퇴출하고 불법주차를 조장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는 여행사 가이드나 관광업계가 불법주차에 대한 과태료를 대납하는 것에 대한 규제 방안이 없는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품질 상품을 취급하는 중국 전담여행사 등을 퇴출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법률을 마련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종로·중구·용산 등 도심에 30개소 582면에 그치고 있는 주차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나대지(裸垈地·지상에 건축물이나 구축물이 없는 대지) 등을 활용해 빠른 시일 내에 추가로 8개소 410면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세부 건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달 정도에 최종 방침을 확정해 경찰청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심의 관광버스 불법주차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12년 1188건에 불과했던 불법주차 적발건수는 2015년 2121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7월 기준으로 1904건이나 된다.

윤 의원은 "관광버스발(發) 교통 대란을 해결하려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합리적 제도와 엄격한 단속이 함께 어울어져야 한다"면서 "단기적 처방이 아닌 장기적으로 도심의 공해로 자리잡은 불법주차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