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현지시각) 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위치한 엘도라도 국제공항. 1층 로비에선 현대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광고가 보였다. ‘7년 14만km 보증’. 공항 앞 택시승강장에는 현대차 로고가 박힌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인구 780만명이 사는 보고타 시내 곳곳에서는 현대차 미니밴, 기아차 쏘렌토 등 한국 브랜드 자동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으로 콜롬비아 자동차 시장에서 기아차는 3위(10.7%), 현대차는 7위(4.0%)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GM(1위, 22.8%), 르노(2위, 21.8%), 닛산(5위, 7.0%), 포드(6위, 7.0%)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한-콜롬비아 FTA(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라 향후 10년간 단계적으로 관세가 인하되면서 가격경쟁력이 개선될 것”이라며 “기아차는 내년 2분기 리오와 모닝 신차를 투입해 콜롬비아 시장 3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시내에서는 현대차 로고가 새겨진 택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 중남미 3위 내수 시장…한국 승용차·자동차부품 가격경쟁력 갖춰

승용차와 자동차부품은 지난해 대콜롬비아 수출 1위와 2위 품목이다. 우리나라의 대콜롬비아 수출액(11억2900만달러) 중 30%에 가까운 3억3000만달러가 승용차 수출에서 나왔다. 자동차부품 수출액도 1억1900만달러로 10%의 이상을 차지했다. 타이어(5위, 4800만달러), 화물자동차(7위, 2600만달러) 역시 주요 수출품목이다.

인구 4880만명의 콜롬비아는 브라질(2억610만명), 멕시코(1억2250만명)에 이어 중남미 3위의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국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구매력평가(PPP) 기준 1만4000달러 수준으로 칠레, 베네수엘라, 멕시코, 브라질에 이어 중남미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콜롬비아 자동차 시장은 연간 33만대(2016년 예상) 규모이며,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대수가 2014년 99.6대에서 2016년 114대로 증가했다.

그동안 한국 승용차는 35%에 달하는 관세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 브랜드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관세가 매년 연간 3.5%씩 떨어져 10년 뒤에는 무관세로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업종이 한-콜롬비아 FTA의 수혜를 입게 되는 것이다. 특히 디젤 SUV의 경우 9년간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져 가격경쟁력 확보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부품, 타이어 등의 관세는 5년 내 철폐될 예정이다.

코트라 보고타무역관은 “콜롬비아-멕시코 FTA로 멕시코산 일본 자동차 수입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올해 9월 멕시코 공장을 완공하는 기아차의 콜롬비아 시장 개척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타 시내 한 식당가에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 주차돼 있다.

◆ 한-콜롬비아 서로 ‘윈윈’하는 전략적 협력 계기 되어야

사실 콜롬비아 산업계는 한-콜롬비아 FTA 체결 과정에서 자동차 시장 개방에 반대했다. 멕시코산 자동차의 콜롬비아 수입시장 점유율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이 증가할 경우 자국 산업 붕괴를 우려한 목소리가 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FTA가 아닌 서로 ‘윈윈’하는 FTA가 되기 위해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 경험이 풍부한 우리 정부·기업과 콜롬비아 현지 기업이 협력, 산업경쟁력 강화와 중남미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훈 코트라 보고타무역관장은 “콜롬비아는 제조업이 약한 나라”라며 “한국과 콜롬비아가 경제적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FTA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자동차조립회사 부스카르는 현대차, GM, 폴크스바겐 등에서 주문을 받아 버스를 납품한다.

9월 19일(현지시각) 보고타에서 서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콜롬비아 자동차조립회사 부스카르(BUSSCAR). 공장 앞마당에는 현대차, GM, 폴크스바겐, 볼보, 스카니아 등에서 주문을 받아 생산된 버스용 차체가 출고 대기 중이었다. 멕시코에 수출되는 버스 운전석 옆 손잡이에는 ‘HYUNDAI’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부스카르는 16인승 소형 버스부터 길이가 28m에 달하는 250인승(3대의 버스를 연결하는 BRT)까지 다양한 버스 차체를 생산할 수 있다. 1996년 설립된 이 회사는 1250명의 직원들이 8만㎡(2만4200평) 면적의 공장에서 하루 20대의 버스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 8개국에 422대의 버스용 차체를 수출했으며, 2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알렉산드로 로브레도 부스카르 사업부장은 “지금까지는 모터, 트랜스미션 등 일본계 자동차 부품을 많이 사용했는데, 한-콜롬비아 FTA 발효로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 자동차 부품은 품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콜롬비아 자동차 시장에서도 빠른 시간 내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