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들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면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국정감사가 27일에도 파행을 맞았다. 특히 이날은 국감 출석 예정이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까지 오전 내내 국감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파행 분위기가 한층 더 험악해졌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방위 회의실의 모습.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의 자리만 공석으로 비어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국감장에 입장했다. 하지만 신상진 미방위 위원장을 비롯한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뿐 아니라 국감 증인으로 출석 요청을 받은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과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도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중 김재홍 부위원장과 박효종 위원장은 10시 20분쯤 나타났다.

야당 의원들이 지각한 이유를 묻자 김재홍 부위원장은 “여야 간 국감 개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식 개의 전까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여야 합의가 안된 건 일정 변경에 대한 부분일 뿐 오늘 국감 일정은 이미 합의가 된 사항”이라며 “피감기관 증인들이 국감에 불참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오전 국감 시간이 끝날 때까지 회의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피감기관 증인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겠다”며 “만약 미방위 위원장이 회의실에 입장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면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국감포기 민생포기’라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야당 의원들은 참고인 자격으로 온 방통위 관계자들에게 최성준 위원장의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방통위 직원 가운데 최 위원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이는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은 “위원장이 왔는지 안왔는지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홍근 의원은 “방통위원장이 올 때까지 매 5분마다 그의 자리를 사진으로 찍어 놓겠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국감 진행이 어려워지자 야당 의원들은 오전 11시10분쯤 잠정 연기를 선언하고 정론관으로 자리를 옮겨 새누리당의 참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후 야당 의원들은 각자의 노트북에 ‘국감포기 민생포기’라는 문구를 붙이고 국감장에 돌아왔다.

한편 최성준 위원장은 오후 2시 15분쯤 국감장에 출석했다. 그는 오전 내내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관련 법을 잘 모르고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하며 거듭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