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지난해와 같은 26위를 기록했다. 거시경제와 인프라 등 7개 부문에서 순위가 올라갔지만, 기업혁신 등 4개 부문에서 순위가 내려가며 종합적인 경쟁력은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노동과 금융 등은 순위가 다소 상승했음에도 각각 77위와 80위로 평가돼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3년 연속 26위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WEF는 138개국을 대상으로 3대 분야 12개 부문, 114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는 34가지 통계와 80개의 설문으로 진행됐다.

올해 1~3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위스와 싱가포르, 미국이 차지했다. 지난해 5위였던 네덜란드는 4위였던 독일을 앞지르며 4위에 올라섰고 독일이 5위, 스웨덴이 6위를 기록했다. 이어 영국과 일본, 홍콩, 핀란드가 7~10위를 했고, 중국은 28위로 평가됐다.

한국은 지난 2008년 13위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2년 9위로 반짝 올라선 것을 제외하고는 경쟁력이 계속 후퇴하는 모습이다.

올해 평가를 12개 부문별로 나눠 살펴보면 지난해 5위였던 거시경제는 올해 3위로 올라서며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거시경제는 평가항목 5개가 모두 통계로 구성됐는데 물가, 저축률, 재정건전성, 국가신용도 등이 모두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이어 좋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인프라(10위)와 시장규모(13위), 기업혁신(20위) 등이었다. 인프라는 도로와 철도, 항공, 전력 등 대부분 항목의 순위가 상승하며 지난해 13위에서 10위로 뛰어올랐다. 국내외 시장 규모 지수와 국내총생산(GDP) 등으로 순위를 매기는 시장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평가를 받았고, 기업혁신은 한 단계 주저앉았다.

기업활동(23위), 상품시장효율(24위), 고등교육 및 훈련(25위), 기술수용 적극성(28위), 보건 및 초등교육(29위) 등은 전체 순위와 비슷한 평가를 받은 항목들이다. 기업활동은 국내 공급자의 양과 질, 기업 클러스터 조성 정도 등이 척도다. 지난해보다 세 계단 올라섰다. 상품시장 효율은 시장 경쟁의 강도, 무역 장벽 정도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는데 한국은 시장 지배(독점) 정도에서 92위로 특히 점수가 나빴다.

한국이 취약한 부분으로는 제도(63위), 노동시장 효율성(77위), 금융시장 성숙성(80위) 등이 꼽혔다. 모두 순위는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노동시장 효율에서는 노사간 협력이 135위, 고용 및 해고관행이 113위였다. 금융시장 성숙성에서는 은행건전성(102위), 대출의 용이성(92위) 등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WEF는 대다수 국가의 구조개혁 및 신성장동력 발굴이 지지부진하다고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위권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노동 및 금융시장 효율성과 기업혁신 등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이 특징이었다”면서 “과감하고 신속하게 개혁 조치를 시행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