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류 엔터주들이 여전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로 수익을 내 왔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7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아직도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의 국내 배치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인데다, 최근 한류 콘텐츠 사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되면서 중국 소비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사드 이슈가 장기화될 수록 중국 소비주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 수 있으나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이상 주가 흐름은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드 배치 발표 이후 3개월 주가 최대 28% 하락...中 한류 규제에 얼어붙은 투자심리

7월 1일부터 9월 26일까지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주가 추이

사드 국내 배치가 발표된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중국 소비주로 분류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7월 1일부터 9월 26일까지 약 3개월간 에스엠(041510)은 3만6250원에서 2만8550원으로 21.2% 하락했다. JYP Ent.(035900)는 같은 기간 6320원에서 4930원으로 22% 내렸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는 18.2% 하락했다.

콘텐츠 제작사 IHQ(003560)는 28%, 쇼박스(086980)는 15.2% 하락했고, NEW(160550)는 9.5%, CJ CGV(079160)는 15.3% 내렸다.

정부의 사드 배치 이슈가 단기간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다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 사업에 대한 간접적인 규제 조치를 취함에 따라 중국 사업 매출 비중이 큰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 이슈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중국이 보복 무역 조치나 콘텐츠 사업 규제를 취할 것에 대한 우려감이 아직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8월 초 내려진 중국 정부의 한국 연예인 중국 활동 및 콘텐츠 제한 명령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초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콘텐츠 관련 산업계에 한국 연예인의 중국 내 방송 활동을 금지하는 ‘한한령’을 내림에 따라 국내 드라마 및 영화 제작사들과의 합작 사업 등이 중단된 바 있다.

최근 중국 내에서 우회적인 방식으로 중단됐던 콘텐츠 제작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주식시장에는 반영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용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하면서 외교적 긴장관계는 예전보다는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몇몇 제작사를 중심으로 중단됐던 드라마와 영화 제작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러한 분위기가 주식시장에는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사드 이슈 해소되기 전까진 엔터주 부진할 것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사드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용재 연구원은 “7~8월간 사드 이슈로 인해 국내 엔터주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가 최근에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드가 배치 이슈가 종결될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중국발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출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상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이슈 이후 중국 관광객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등 사드가 중국의 예전 반일감정 때와는 달리 기업 실적에 타격을 줄만한 수준으로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