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 높은 금리에 이용자 감소…약정자 수는 되레 증가

지난달까지 카드사 영업직원으로 일했던 박연준(33·가명)씨는 연수 과정에서 가입자에게 되도록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revolving) 서비스를 함께 등록하도록 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카드 대금이 많이 나온 경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을 알리라는 것이었다. 박씨는 가입자들에게 리볼빙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렸지만, 많은 가입자들이 리볼빙을 거부했다. 박씨는 “회사 입장과 가입자 입장이 아무래도 다르지 않겠느냐”면서도 “사실 내 입장에서도 리볼빙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카드 리볼빙은 카드 사용액의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이자를 물고 다음달에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당장 돈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지만, 리볼빙에 적용되는 금리가 높아 일반 소비자에는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다.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리볼빙 서비스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 굳이 높은 금리의 수수료를 물면서 리볼빙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입이 높은 이 서비스 유치에 적지 않은 공력을 들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2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카드사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리볼빙 약정회원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국내 카드사의 리볼빙 약정자·이용자 수.

2012년 241만명이었던 리볼빙 이용자 수는 2013년 238명, 2014년 234만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218만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216만명이 리볼빙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리볼빙을 이용하겠다며 가입한 약정자 수는 지난해 오히려 늘었다. 2012년 말 1430만명이었던 리볼빙 약정자 수는 2013년 1305명, 2014년 1230만명으로 감소했는데, 지난해 1281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6월말까지는 1333만명으로 더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 사용자 사이에서 리볼빙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수수료가 높은 이 서비스에 대한 이용은 줄어드는 추세”라면서도 “다만 리볼빙 약정자 수가 증가한 것은 전체 카드사 회원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관련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약정자 수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각 카드사들이 리볼빙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긴 하지만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별로 가입자의 리볼빙 사용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카드로 6월 기준 1조223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카드가 9072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도 각각 7640억원, 7089억원이었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5273억원, 3591억원이었다. 전체 8개의 전업카드사 중 리볼빙을 취급하지 않는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리볼빙 이용 금액은 4조6767억원이었다.

리볼빙에 적용되는 금리가 가장 높은 곳(최저금리~최고금리 평균 기준)은 현대카드로 6.5~26.4% 금리가 적용됐다. KB국민카드는 5.8~26.5%였고, 신한카드(4.9~25.9%), 롯데카드(5.9~27.4%), 삼성카드(5.8~27.2%)도 높은 수준이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리볼빙은 빚을 한 달 정도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수수료 부담도 결국 소비자가 지는 것이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카드사의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리볼빙 증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