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체의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유료방송 시장의 재편론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이 지난 23일 간담회에서 "국회에 계류된 통합방송법(제정안)에서 인터넷TV(IPTV) 사업자가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할 근거가 마련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전제를 달았지만, 실무선에선 이미 별도의 'M&A(인수합병)팀'을 구성해 인수 대상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가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SK텔레콤 역시 케이블TV 인수에 다시 뛰어들 태세다. SK텔레콤은 작년에 케이블TV업체인 CJ헬로비전을 1조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했다가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자진 철회한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시엔 정부의 불허 결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수를 포기했지만, 계획을 완전히 접은 게 아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은 수십 개의 방송 채널을 매월 수천원~2만원의 사용료를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터넷TV·케이블TV·위성방송 등이 있다. 인터넷TV를 갖고 있는 통신업체들은 케이블TV업체 인수를 통해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의 한 축인 방송 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조조정 시급한 케이블TV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거론되는 이유는 케이블TV업계의 위기 상황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지난 1995년 출범 후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최근에는 가입자와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하는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케이블TV 전체 가입자는 통신 3사가 주축인 인터넷 TV가 등장한 2009년(1514만명)을 정점으로 2010년부터 매년 줄고 있다. 2년 전부터는 매출도 꺾였다. 2014년은 1년 전보다 330억원이 감소했지만, 2015년에는 감소 폭이 872억원으로 더 커졌다. 영업이익도 2012년 6278억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케이블TV 업계에선 CJ헬로비전·티브로드·딜라이브(옛 씨앤앰)·CMB·현대HCN 등 '빅5' 중 티브로드와 CMB를 제외한 3곳이 매물로 거론된다. 유료방송 업계와 학계에서는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케이블TV의 고사(枯死)를 막으려면 유료방송의 다른 축인 인터넷 TV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진 케이블TV를 인수해 시장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왔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5위권(작년 말 기준)이지만, 매물로 거론되는 3곳 중 한 곳만 인수해도 바로 2위로 올라선다. 현재 2위인 SK브로드밴드를 넘어서 유료방송 1위 KT와 유료방송 양강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SK텔레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케이블TV 한 곳을 인수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가입자수 500만~700만명의 거대 유료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다. 현재 800만명이 넘는 가입자(KT 스카이라이프 가입자 포함)를 보유한 KT를 따라잡으려면 현실적으로 '케이블업체 인수'라는 카드가 유일한 상황이다.

◇'통합방송법' 통과되면 인수전 불붙을 듯

유료방송 재편의 열쇠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통합방송법 처리 여부에 달려 있다. 통합방송법은 그동안 따로 있던 방송법과 인터넷 TV법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다. 현재 통합방송법은 오는 10월쯤 소관 국회 상임위(미방위)에 상정된 뒤 심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부는 통합방송법이 통과되면 세부 규제를 정하는 시행령에서 인터넷TV업체의 케이블TV업체 인수를 허용하는 근거 조항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통신업체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케이블TV를 인수하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자율적인 구조개편이 이뤄지려면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에서도 이 같은 정부의 최근 움직임에 따라 케이블TV 인수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지금은 잠시 케이블TV 인수 계획이 중단됐을 뿐"이라며 "여건이 무르익고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얼마든지 다시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다만 IPTV와 위성방송을 함께 보유한 KT는 당장 인수전에 뛰어들기 어렵다. 한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합산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TV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2018년 3월까지만 효력이 있는 한시 조항인 만큼, 이런 규제가 사라지면 KT도 추가적으로 케이블TV 업체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