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4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창덕궁 앞 율곡로~삼일대로~종로~서순라길 일대를 재생한다. 시는 낙후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역사성과 주민의 삶을 잇기 위해 역사인문재생의 관점을 도입했다.

서울시는 2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200억원을 들여 ▲돈화문로(조선시대) ▲삼일대로(근대전환기) ▲익선~낙원(근·현대) ▲서순라길(현대) 등 4가지 길을 재생하는 것이다.

창덕궁 앞 4개길 위치도.

시는 우선 조선시대 ‘왕이 백성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던 돈화문로를 ‘시민이 함께 궁궐로 가는 길’로 정비한다. 이를 위해 종로3가역에서 창덕궁까지 보행 중심도로를 조성하고, 주변 상가의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가(街)꿈가게 지원사업’을 펼친다. 오는 2019년 10월 민요박물관과 한복체험관을 개관하는 등 역사문화 체험도 활성화한다.

삼일대로는 3·1운동을 기념할 대표공간으로 조성한다. 시는 우선 3·1운동의 거점이었던 탑골공원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을 검토한다. 또 역사가 깃든 주요장소에 표석을 설치하고,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바닥표시 형태로 스토리텔링한다. 독립선언문이 기록된 장소인 천도교 중앙대교당 수운회관과 주변 공개공지를 활용해 기념공간도 마련한다.

시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3·1운동 전개과정을 체험하는 탐방로를 만들고,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익선~낙원 지역은 궁중문화가 시민의 삶으로 이어지는 콘셉트로 재생한다. 이곳은 일제에 의해 조선왕조의 궁궐이 해체될 때, 궁궐에 있던 기녀들이 저자로 나와 궁중요리, 한복, 음악 등 다양한 궁중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알린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다.

구체적으로 시는 익선동 주민공동체 활동을 지원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방지하고, 지구단위계획 정비를 통해 익선동에 있는 한옥건물의 특성과 익선동의 지역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또 낙원상가에 옥상공원과 열린 무대를 만들고, 낙원상가 하부와 연결되는 돈화문로11길을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이 열리는 음악거리로 만든다.

서순라길은 종로 귀금속거리의 전통과 청년 공예인들의 창의성을 결합해 공예와 문화, 사람이 함께 하는 공예창작거리로 조성한다. 시는 이를 위해 서순라길 주변에 있는 한옥의 개보수·신축을 지원해 ‘한옥 공방 특화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11월 창덕궁 앞 4개 지역을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하고, 이후 주민면담, 민관협력회의, 설문면담조사 등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같은 계획을 수립했다. 시는 올해 안에 세부계획을 확정하고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