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명 과학자들이 정부 R&D(연구·개발) 개혁을 요구하는 공개 청원에 나섰다.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 등 과학자 40명은 지난 23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청원서'를 통해 "한국의 R&D 예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기초연구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면서 "정책 결정자들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과학자들은 또 "19조원이 넘는 정부 연구비 중 고작 6% 정도만 기초과학 연구자가 (자발적으로) 제안하는 과제에 주어진다"고 비판하고, "미국은 전체 정부 연구비의 47%를 기초과학에 투자하며, 대부분이 연구자가 연구 주제를 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청원에는 강봉균·김빛내리·노정혜·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인규·홍성태 서울대 의대 교수, 정택동 서울대 화학과 교수, 송현규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 조병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조현수·최광민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윤영대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 등 국내 대표적인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청원서에서 "기초과학 공모 과제 연구비는 전체의 80%가 5000만원 이하"라며 대폭적인 상향 조정과 함께, 대형 국책 연구에도 최대한 많은 과학자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호원경 교수는 "교수들이 현재 방식이 계속되면 한국 기초과학의 미래는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국회나 정부가 관심을 갖고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청원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