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연세대)를 졸업하고 비트코인 거래소 사업을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처음에 부모님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이후 비트코인 거래소 사업을 접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는 마치 무슨 다단계에 빠진 줄 알고 걱정하시더군요.”

김종환 블로코 대표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21일 IT조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이 미래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은 낯선 기술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업체들과 접촉할 때마다 새로운 신앙을 전도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블로코는 2015년 9월에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으로, 삼성SDS으로부터 2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로코는 최근 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비상장 주식 장외거래 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금융권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블로코가 회사 설립 1년 만에 블록체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비트코인 거래소 사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 때문이다. 법학을 전공하며 화폐 권력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들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거래가 많지 않아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거래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고, 비트코인 자체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이 더 큰 성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김 대표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매각한 후, 티맥스코어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등을 거친 중학교 동창 김원범씨와 공동으로 블로코를 설립해 블록체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오픈소스 기반의 블록체인을 연구하며,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당시 비트코인 거래에 사용된 오픈소스 기반의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 엔터프라이즈(기업) 환경에 적용할 수 없었다”면서 “기본부터 다시 개발해 블록체인 솔루션을 완성하기까지는 꼬박 1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다시 개발해 하나의 노드당 1초에 8000건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었다”면서 “경쟁사 제품의 성능을 크게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환 블로코 대표가 21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서 블록체인의 진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SDS으로부터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지한 비결에 대해 “블록체인 사업자가 많지만, 당장 구현해서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하고 업체는 드물다”면서 “블로코는 실질적인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분야 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사물인터넷(IoT)과 같이 다양한 분야와 접목을 시도하고 있어, 이 기술이 발전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가정용 냉장고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이를 보험상품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쓰일 수 있다.

또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차 해킹에 대비해 30초 단위로 인증을 갱신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 유비쿼터스가 실패했지만 비슷한 개념인 사물인터넷이(IoT)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과거 PDA 형태로 출시돼 시행착오를 겪은 기술이 스마트폰으로 대중화에 성공했다”면서 “이러한 기술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곧바로 접속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는 인간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어떻게 진화할 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전세계가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블록체인이 궁극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인간들이 원하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처리 속도 한계로 블록체인을 회의적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확장성이기 때문에 방법을 달리하면 적용하지 못할 분야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존 전산망에 비해 떨어지는 속도는 노드를 증가해 해결할 수 있고, 급증하는 데이터량 처리는 분산 환경을 활용해 처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은 속도 등의 성능 문제보다 안정성을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데이터 정합성, 데이터 충돌, 노드 집중 문제 등에 대응하는 기술을 보완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사안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이 왜 각광받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을 봐야 한다”며 “블록체인 환경을 구현해서 어떤 비즈니스를 진행할 것인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