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젊은 팀장으로 폭스콘에서 밤낮없이 일하다 갑자기 잘렸습니다. 하드웨어 중심인 회사에서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중요해 질 것이라고 주장해 ‘유니콘’을 쫓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쫓던 유니콘은 현실이 됐고, 하늘이 아닌 땅에서 뛰는 페가수스가 됐습니다."

시에관홍(谢冠宏) 원모어(1MORE Inc) 창업자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서 폭스콘에서 일하다 창업한 계기는 바로 ‘해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콘에서 애플의 ‘아이팟’, ‘아이팟 하이파이’, ‘아마존 킨들’ 등 신형 하드웨어의 제조를 주도하며 승승장구했지만, 한순간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그는 2013년 위스루이, 린바이칭, 장다오쟌 등 폭스콘 출신 3명과 함께 음향가전 전문기업 원모어를 창업했다. 원모어는 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이어폰을 공급하며 현재 중국 내 이어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원모어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폭스콘이 경시했던 ‘데이터'”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가격대는 얼마를 원하는지 등 인터넷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끼는 ‘불편함(pain points)'을 꼼꼼히 따져봤고 이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며 “덕분에 세계적으로는 1000만대가 팔린 이어폰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폰이 마진과 진입 장벽이 높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은 품질의 음질을 경험할 수 없었다”면서 “스마트폰에 딸려있는 싸구려 이어폰들을 대체하면서 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기업의 성과지표(KPI)를 단 한개만 두고 있다. 경쟁사들의 수백개의 KPI로 실적관리를 할 때 원모어는 '고객 만족'이라는 하나의 KPI만 관리한다. 직원과 유통업체, 협력업체도 여기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그는 폭스콘에서 나온 후 디스플레이 회사 '맥(MAG)'을 창업해 대만 증시까지 상장시켰다. 하지만 이 회사는 도산했다.

그는 "당시 회사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실적을 높이는 데 매몰되다 보니 관리 위주의 회사가 됐고 경쟁력도 잃었다"면서 "원모어는 협력업체에도 어음 대신 현금으로 바로 지급하고 데이비드 러셀 등 세계적인 음향 전문가와 일하면서 기업의 근본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앞으로 무선 이어폰이 중요한 웨어러블 기기가 될 것"이라면서 "단순한 이어폰 기능 뿐만 아니라 조깅에 도움을 주는 등 스마트한 웨어러블 기기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에 매달 4000개의 이어폰을 판매하고 있는데,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국 소비자를 연구해 제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