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출시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불렸다. 보행자·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 게임에 열중한 탓에 교통사고가 속출했고, 다른 이용자를 특정 장소로 유인해 강도를 벌이려는 시도까지 등장했다.

포켓몬 고를 하려면 이용자가 여러 장소에 직접 가야 하다 보니 벌어진 일들이다.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비추는 실제 풍경 위에 컴퓨터로 그려낸 각종 캐릭터가 나타나면 이를 잡는 게임이다. 여기에 활용된 기술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이다.

존 행키 '나이앤틱' CEO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앤틱의 존 행키 CEO(최고경영자)는 19일(현지 시각) 미국 IT(정보기술) 매체 리코드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증강현실은 가상현실보다 훨씬 흥미롭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은 컴퓨터로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연출해 실제와 전혀 다른 곳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행키 CEO는 "헤드셋을 쓰고 보는 가상현실은 사용자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차단하지만, 증강현실은 집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쇼핑 같은 여러 활동을 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행키 CEO는 "언젠가는 AR 안경을 쓰고 눈앞에 나타나는 포켓몬을 잡는 게임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중간 과정에 해당하는 제품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달 선보인 '포켓몬 고 플러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있으면 스마트폰을 켜놓지 않아도 캐릭터의 출현을 진동으로 알려 주는 기기다. 나이앤틱은 애플의 '애플워치'에서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는 앱(응용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행키 CEO는 창업 전문가다. 게임 업체 2곳을 창업했고, 이후엔 3D(입체) 지도 벤처기업 '키홀'을 창업했다. 구글은 2004년 키홀을 3500만달러(약 390억원)에 인수했다. 이때 행키 CEO는 구글에 합류하고, 키홀 서비스는 현재 구글의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 '구글 어스'의 모태가 됐다. 나이앤틱은 행키 CEO가 구글의 사내(社內) 벤처로 차린 회사다. 지난해 구글로부터 독립한 뒤 포켓몬 캐릭터를 가진 닌텐도와 함께 포켓몬 고를 만들었다.

행키 CEO는 "나이앤틱은 초창기부터 이용자들이 흥미로운 장소를 방문하도록 하는 게임을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포켓몬 고에 앞서 출시한 '잉그레스'가 그런 게임이다. 잉그레스는 실제 장소를 찾아가 스마트폰 지도상에 방문 기록을 남기고, 이런 지점을 여러 곳 연결해 영토를 넓히는 '땅따먹기' 게임이다. 그는 "게임은 방 안에 틀어박혀서 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며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