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모범적인 조직 혁신 사례’를 주제로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가 좌장을 맡았고 로버트 맨킨 NBBJ 공동대표와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신대석 마이다스아이티 최고기술책임자(CTO), 신창연 여행박사 창업주가 패널로 참석했다.

로버트 맨킨 NBBJ 공동대표는 “함께 작업해 본 한국 내 굉장히 급진적인 기업과 보수적인 기업 모두 제4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되겠다고 한다”며 “이런 열망과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열린 마음을 토대로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석 마이다스아이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근태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직원을 징벌하기보다는 근태가 좋은 직원이나 팀에 포상하면 된다”며 “어두운 곳이 아닌 밝은 곳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연 여행박사 창업주는 “내일 당장 망할 수도 있지만 직원이 하고 싶은 것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자율방임형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는 “조직 전체가 한꺼번에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소수 조직을 트레이닝해 조직 곳곳에 심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작지만 과감한 자율경영 실행으로 경직된 조직구조를 바꿔야 창의력이 필요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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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오픈토크 일문일답.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이하 머천트)= 일단 자율경영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이 자리에 저명한 패널들을 모셨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해주십시오. 여러분이 속한 곳이 어떻게 자율경영을 하는지 알려주세요.

로버트 맨킨 NBBJ 공동대표(이하 맨킨)= 저는 로버트 맨킨입니다. 1948년에 설립된 NBBJ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건축설계 회사입니다. 하이테크 기업들과 주로 활동했습니다. IT(정보기술)뿐 아니라 스포츠, 산업시설 설계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수평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업무 분야나 업계에 따라 굉장히 다른 접근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자율경영에 특화된 설계 작업을 할 때에는 충분한 조사와 굉장히 많은 연구를 합니다. 이해당사자인 고객사, 시공사 등과 협업해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설계합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줄이고 편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갖기 위해 노력하죠.

머천트= 최현철 대표도 자기소개를 해주십시오. 굉장히 놀랐습니다. 삼성이 스핀아웃을 했습니다.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이하 최)= 안녕하세요. 이놈들연구소의 최현철 대표입니다. 2014년 삼성전자의 C랩 공모전에서 우승한 과제가 이놈들연구소를 시작한 계기입니다. 삼성전자의 1호 스핀오프 기업입니다. 당시 제가 선임연구원이었는데도 리더로 뽑혀 인사권이 주어졌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인력 채용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임직원 6명을 전문인력으로 뽑아 1년 이상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놈들연구소는 손가락 끝을 귀에 대면 전화통화를 하거나 남들이 못듣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마트 시곗줄을 개발했습니다. 신체를 이용하고 소리가 바깥에 들리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보장됩니다. 또 시곗줄 형태라서 아날로그 시계 시장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퀵스타터에 크라우드펀딩을 신청했는데 20일 경과 후 10억원이 모금됐습니다. 앞으로 3주 지나면 모금액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한국 스타트업치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저희가 잘해서가 아니라 대기업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일 듯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대기업인 모기업이 마케팅에서 도움을 줬습니다. 한국 대기업은 3~6명이 창업하게끔 스핀오프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네이버, LG 등의 기업이 이놈들연구소를 벤치마킹해 시도 중인 것으로 압니다.

로버트 맨킨 NBBJ 공동대표

머천트= 감사합니다. 다음은 신 CTO님?

신대석 마이다스아이티 CTO(이하 신)= 마이다스아이티의 신대석 CTO입니다. 우리는 공학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입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지난 2000년 벤처 붐이 불 때 벤처기업으로 창업한 회사입니다. 현재는 직원 600명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20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건축토목 설계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자율경영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 회사는 창업 후 16년 동안 시스템을 만들기보다는 시스템을 없애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생각하는 업무나 인사체계 등은 대개 기존의 제조업 회사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제조업 회사는 불량품 없이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이나 하루에 몇개까지 생산 가능한지 등을 평가합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프로그래밍 교육으로 S급 인재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우리는 4가지를 없앴습니다. 스펙을 안보고, 인사평가에서 상대평가를 없앴습니다. 또 정년과 징벌도 없앴습니다. 스펙이라는 것은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것일 뿐 잠재적 역량까지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펙만 보게 되면 그 사람의 잠재역량이나 열정 등을 알 수 없습니다. 상대평가 없앤 후에는 구성원이 행복해졌습니다. 상대평가를 없애고 절대평가를 실시합니다. 대신 성과급을 축소하고 기본급을 올리는 중입니다.

정년을 없애는 이유는 신체적 능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지식산업의 경우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근태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직원을 징벌하기보다는 근태가 좋은 직원이나 팀에 포상하면 됩니다. 근태가 좋지 않은 직원은 본인 때문에 팀원이 피해본 것을 알게 됩니다. 어두운 곳에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밝은 곳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머천트= 아주 고무적이고 영감을 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상대평가를 하지 않고 절대평가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절대평가 기준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건가요?

신= 절대평가 기준은 저희가 자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상위 5%는 S, 10%는 A’와 같은 방식으로 S·A·B·C 등급을 부여합니다. 전직원이 다 잘했으면 모두 S를 받고 다 못했으면 모두 D를 받으면 됩니다. 평가라는 건 ‘당신에게 얼마만큼 돈을 주겠다’ 이전에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피드백을 주고, 그 사람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해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다른 회사와 비슷하게 반기마다 평가를 하는데 내년부터는 상시 평가를 할 예정입니다. 매월 다면평가, 동료평가, 팀장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서 직원들에 대한 경영전략서를 작성합니다. 이게 누적되면 자동적으로 반기평가가 됩니다.

닐로퍼 머천트 루비콘컨설팅 창업자

머천트= 굉장히 진보적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따가 다시 질문 드리겠습니다. 신창연 창업주는 ‘열정이 있다면 무모한 도전은 없다’라는 저서를 쓰셨습니다. 소개 부탁합니다.

신창연 여행박사 창업주(이하 신창연)= 안녕하세요. 여행박사의 신창현입니다. 기존의 관행들, 조직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 국가 운영, 회사 경영 등에 대해 물음표를 많이 달고 살았습니다. ‘왜 똑같이 하지? 재미와 행복 이외에 중요한 게 있을까? 직원들은 항상 가난하게 살고 대표는 아무 것도 안하는데 사모님은 주식하고 아들은 명품을 사네? 왜 그럴까? 그럼 내가 창업하면 되겠네? 남들과 다르게 해보자. 조직을 만들어보자.’ 이런 마음으로 2000년 여행박사를 설립했습니다.

주식을 n분의 1로 나누고 ‘사장인 내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너네들이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자율을 넘어 방임 수준입니다. 그 대신 책임은 맡은 자가 지도록 했습니다. 자율 책임입니다.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운영됩니다. 법인카드도 전직원이 다 갖고 있지만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밝혀야 합니다. 회사가 한 번 망했을 땐 집에 6개월 동안 월급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침에 일찍 갈 자신이 없어 출퇴근 시간 없애고, 굳이 사장이 결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결재도 없앴습니다.

저는 반드시 매출을 위해, 돈만 벌기 위해 기업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고 행복하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습니다. 그러다가 망하면 어떻습니까? 망할 때도 잘 망하면 됩니다. 직원들도 불만 없습니다. 깔끔하게 줄 거 다 주고 받을 거 다 받으니까요. 깔끔하게 망하니까 일어설 때도 깔끔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저희는 모범도 혁신도 아닙니다. 자율방임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재밌게 일합니다. 내일 당장 망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머천트= 아무래도 대기업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기업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의미보다는 매출을 내야 하고, 주주들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CEO가 “이런 접근은 맞지 않아!”라고 하면 어떻게 답하실 겁니까?

신창연= 대기업은 매출이 목표니까 당연히 맞지 않습니다. 저희도 매출이 목표라면 “아침에 일찍 나오자. 3시간만 자자. 10시에 퇴근하자. 돈을 벌자”라고 말할 겁니다. 한국에선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지만 이런 모델도 한 번 시도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머천트=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사실 목적 의식을 갖고 추구한다면 수익을 낼 수 있겠죠. 목표를 위해서 달려가기 때문에 매출을 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맨킨 대표께 질문드리겠습니다. 기조강연에서 말씀하신 내용 말고도 다른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자율경영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솔직하고도 직설적으로 답변해주십시오.

맨킨= 글쎄요. 세게 이야기할 게 있을까요. 제가 마지막으로 보여드렸던 ‘어디에 투자해야 ROI가 높을 것인가’에 대해 부가설명을 드리자면, 저는 전세계 많은 기술 기업들과 일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과도 협업을 많이 했는데, 사실 기업들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고객사들도 다 다릅니다. 한국에서 15년 정도 일을 하며 여러 건축물을 설계했습니다.

한국에 대해 솔직하게 느끼는 건, 한국 사람들은 열정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뭔가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하는 열정이 있고 목표의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언을 드리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굉장히 급진적인 한국 기업과 보수적인 한국 기업 모두와 일을 해봤습니다. 모두 제4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되겠다고 합니다. 이런 열망과 포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지지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은 경제력이 많이 발전했고 야심찬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직된 조직 구조와 보수적인 문화가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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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천트= 말씀해주신대로 급진적이고 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변화와 전환의 시기가 도래합니다.

맨킨= 맞습니다. 한국은 현재 갈림길에 와 있습니다. 여기서 큰 도약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됩니다.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머천트= 질문을 하나 더 드린 다음에 청중 질문을 받겠습니다. 삼성에서 최현철 대표님께 스핀오프 시 소규모 팀을 꾸리도록 권한을 주었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해준 게 이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대기업이 작은 규모로 스핀오프하는 것도 새롭네요. 혹시 다른 기업들에 조언을 한다면?

최= C랩 조직도 처음에는 과제를 스핀오프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취지는 딱딱한 조직, 거대한 조직을 바꾸기 어려우니 소수의 인력들, 창의적인 인력들을 뽑아서 그들로 하여금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경영이나 과제를 진행하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현업에 돌아가 스타트업 문화를 알리면 딱딱한 대기업 문화가 말랑말랑하게 바뀔 것으로 기대한 것입니다.

저희가 최종적으로 스핀오프하게 된 것은 일단 좋은 결과를 보였고, 6명의 인원이 6개의 조직에 돌아가서 문화를 바꾸기보다는 이 6명이 하나의 기업으로 나오면 기존 직원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대기업이 “오늘부터 시작!”해서 바꾸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소수 조직을 트레이닝하고 특공대 같은 사람들을 곳곳에 심으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머천트= 굉장히 좋은 말씀입니다. 소규모로 시작을 해서 천천히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청중 질문을 받겠습니다.

질문= 맨킨 대표에게 질문하겠습니다. 굉장히 멋진 건물들을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멋진 건물을 보여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건물 여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세렌디피티를 늘릴 수 있을까요?

맨킨= 좋은 지적입니다. 공간의 목적을 재설정한다는 개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물론 신규 건축 사례 위주로 말씀드렸지만, 회사에서 하는 많은 일들이, 기존 건물을 재설계하고 리노베이션하는 것입니다. 사무실 건물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살리면서 내부를 바꾸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내부 공간 활용도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현재 이것이 트렌드입니다. 도심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미 도심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그 공간 안에서 변화를 꾀합니다.

그렇다면 스케일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채광을 늘리고 음향을 조절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대규모로 할 필요 없습니다. 작은 스케일로 하면 됩니다. 사무공간의 작은 부분을 고치고 늘려나가면서 이른바 ‘소셜’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제가 보여준 사례들은 신축 공간이지만 작은 프로젝트, 작은 공간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질문= 맨킨씨에게 질문 드립니다. 건물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조직의 효율이 높아지고 매출이 나아진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회사에서 디자인한 건축물 덕분에 직원간 소통이 늘었다거나 퇴사가 줄었다 등의 데이터가 존재하는지 묻겠습니다.

맨킨=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텔레노르(telenor)라고 하는 노르웨이 국립 통신사와 작업했습니다. 이 회사는 노르웨이 오슬로 지역에 20~30개 건물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직원들끼리 회의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본사를 짓기로 한 것이죠. 그리고 자기 자리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굉장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책으로 쓰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계량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직이 어떻게 더 잘 움직이게 되었는가, 어떻게 우연한 만남이 이뤄지고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는가 등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루에 얼마만큼 햇볕을 쬈는지, 얼마나 걸었는지 등의 지표를 이용한 연구는 상당히 많이 진행됐습니다.

또 조직과 건축 설계의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조직의 행동 양상이나 문화가 특정한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건축 설계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텔레노르의 경우 명확한 비전이 있었습니다. 과감한 결정으로 조직의 구조 자체도 바뀌었고 공간도 바뀌었고 행동도 바뀌고 문화도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역동적인 관계라고 봅니다.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질문= 제가 다니는 회사는 주 1회 자유복장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내 조직의 문화를 바꾸려는 이런 작은 시도가 효과가 있을지요?

최= 저희 회사는 10명밖에 안되는 작은 회사라 충분한 답변은 못 드릴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문화에 관한 부분은 사람들이 사고할 수 있는 방향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느리지만 효율적이고 거부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에 다니다보면 40~50대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기존 프로세스가 바뀌는 것 자체를 충격으로 받아들입니다. 작지만 천천히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머천트= 사실 말씀하신 내용이 다 연결돼 있습니다. 기술이냐 문화냐 양자택일로 생각하는데, 기술이야 말로 문화에 도움이 되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도 있어야 합니다.

질문= 저는 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직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집단지성의 깊이가 인공지능의 속도를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머천트= 정말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기계가 계속해서 발전하면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인간이 무엇을 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사람이 가진 장점을 살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판단을 하고 사회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실제로 신중하게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기계적인 일이 80%, 창의적인 일은 20%라고 합니다. 80%는 창의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의미있는 것을 하고 싶어합니다. 가치를 창출하고 무언가에 기여하고 싶어합니다. 로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기회입니다. ‘왜 우리가 이렇게 기계처럼 살아왔지?’하며 인간성을 살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는 우리만의 자리가 있습니다. 80%에 달하는 사람들이 기계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우울한 현실입니다. 사람들이 불만을 갖게 되고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