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부동산에 일반 투자자가 직접 투자하는 펀드 '미래에셋 맵스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를 19일 내놨다. 그동안에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는 있었지만,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는 국내 처음이다. 저금리와 불안한 주식시장에 지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른바 '대체 투자(주식·채권 외의 투자)'로 빠르게 옮겨가는 가운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선진국 부동산 투자라는 '신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 펀드는 올해 완공될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에 있는 '프라임 오피스' 빌딩 4개 동에 투자한다. 미래에셋 측은 "이 건물은 북미 최대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20년 이상 장기 임차하기로 계약이 돼 있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7년 6개월 동안 중도 환매가 불가한 폐쇄형 펀드이지만, 설정 이후 90일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비교적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28일까지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하지만, 출시 첫날부터 문의가 많아 20일까지 1000억원 이상 모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박현주 회장이 공들여 내놓은 신작(新作)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박 회장이 국내에 공모 펀드 시대를 열면서 '박현주 신화'를 일군 건 사실이지만, 과거 펀드 중에 투자자의 눈물을 쏙 뺀 실패작도 있기 때문이다.

◇박현주 회장의 새 '야심작'… 이번엔 안정적 수익률 올릴까

박 회장은 1998년 '박현주 1호'로 국내에 공모 펀드란 새 투자 장르를 선보인 후 적립식 펀드, 중국 주식 투자, 글로벌 분산 투자 등 새로운 유행을 이끌어 왔다. 이번에 내놓은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는 박 회장이 그동안 고액 자산가나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 부동산 투자를 공모 펀드에 접목한 결과물이다.

문제는 박현주 회장의 과거 야심작 중에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낸 펀드가 있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07년 글로벌 분산 투자를 원칙으로 내걸고 출시했던 '인사이트 펀드'다. 이 펀드는 출시 보름 만에 3조원어치가 판매될 정도로 무서운 인기를 누렸다. 그렇지만 다음 해 중국 증시 폭락과 함께 2008년 한 해에만 53% 손실을 기록하며 투자자를 '반 토막'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글로벌 분산 투자를 내세웠지만 정작 투자처는 중국 주식이 대부분(약 80%)이었다.

이후 박 회장은 언론에 '투자자께 드리는 사과문'을 실어 가며 투자자의 분노를 달래야 했다. 한 은행 PB(고객 자산 운용 전문가)는 "당시 인사이트 펀드 수익률의 하락은 한국의 펀드 투자자가 겪은 첫 대규모 손실이었다"며 "아직까지도 중국 투자를 권하면 인사이트 펀드를 거론하며 '다시는 (중국) 투자 안 한다'고 말하는 고객이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지난해 말부터 원금을 회복한 상태다.

2010년부터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집중적으로 팔았던 브라질 국채도 다시 한 번 투자자에게 '반 토막' 트라우마를 안겼다. 미래에셋증권은 약 3년 동안 브라질 국채를 1조원 넘게 팔았다. 그런데 브라질 헤알화가 폭락하며 채권 가치가 한때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까지 브라질 국채를 투자자에게 꾸준히 추천하다가 갑자기 추천 목록에서 뺐고, 판매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투자자들의 비난을 샀다.

◇미래에셋, "이번엔 다르다?"

반면 해외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다이나믹 펀드'(2008년 출시)는 8%에 달하는 연평균 수익률을 올리면서 3조원 넘게 팔려 국내 최대 펀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는 미래에셋이 최근 자체적인 부동산 투자를 늘린 후 내놓은 새로운 야심작이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줄어든 상황에 미래에셋은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늘려 왔다. 2010년 상파울루의 '파리아리마 4400' 빌딩(약 900억원)을 사들였다.

이후 미국 시카고 '225 웨스트워커빌딩', 호주 포시즌스호텔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입주한 워싱턴DC의 '1801K 스트리트빌딩' 등을 연이어 사들였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 하와이 '하얏트리젠시 와이키키',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 72' 빌딩을 매입하는 등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예 국내에 포시즌스호텔을 들여와 호텔 사업까지 하고 있다.

이번 펀드는 임대 수익 등을 챙기고, 혹시라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차익도 챙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시장 반응도 호의적이다. 미래에셋은 건실한 입주사(스테이트팜)가 이미 확보돼 있고,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익도 추가적으로 챙길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글로벌 부동산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부동산 펀드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부동산 공모 펀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지난 7월 출시된 하나자산운용의 '하나 그랜드티마크 부동산펀드 1호'는 최소 가입 금액이 10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는데도 2000억원 판매액이 당일에 모두 팔렸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 등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부동산 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