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미인에게 아름답다고 칭찬할 때 쓰는 말이 표량(漂亮·퍄오량)이다. 그런데 스포츠 중계방송에서도 아나운서나 해설자가 이 표량이라는 말을 참 많이 사용한다. 특히 자국의 선수가 멋진 플레이로 상대방을 압도할 때 해설자는 큰소리로 표량을 외친다.

표량은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말할 수 있지만, 호구(好球·하오치우)는 축구, 배구, 골프 등 공을 사용하는 구기 종목에서 경기력이 좋을 때 사용되는 말이다. 만약에 당신이 중국인과 골프를 치는데 상대방이 훌륭한 타구를 날렸다면 호구라고 칭찬해 주면 된다.

스포츠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땀을 흘리고 참여했을 때 느끼는 동질감도 있고, 국가 대항전이나 클럽간 경기를 관전할 때 편가르기의 감정도 있다. 그래서 글로벌 회사들이 다른 로컬 시장에 진입한 후에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소비자(국민)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와 해당 브랜드를 동일시하며 정서적으로 일체화되는 것이다.

거꾸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스포츠를 프로퍼티(Property)로 이용하는 것도 있다. 삼성 브랜드는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공식 후원을 기점으로 세계 스포츠 마케팅 무대에 등장했고, 현대차도 비슷한 시기부터 FIFA 후원사로 각종 대회에서 브랜드 자산을 쌓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중국시장에서의 스포츠 마케팅은 어떨까? 중국시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은 체육 마케팅(体育营销·티위 잉샤오)이라고 부른다. 마케팅을 하려면 우선 표적 소비자층(타겟)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 중국 남자와 여자는 각각 어떤 종목을 좋아하는지 알아보자.

관전자로서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축구다. 중국 국내 축구리그는 초급(超级) 즉 수퍼리그가 1부 리그고, 그 아래 2부 리그는 갑급(甲级)이라고 한다. 이 국내 리그에 대한 경기당 관중 수는 일본이나 한국보다 많다. 해외에서 유명 선수들도 비싼 돈을 들여 데리고 오며, 국내 선수들의 몸값도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그리고 중국 남자들은 유럽 축구와 미국 농구 중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중국 중앙TV의 5번이 체육 채널이고, 상하이의 오성(五星) 체육 채널처럼 주요 성(省)급 지역에도 스포츠 방송이 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중계해 준다.

이제는 러스체육(乐视体育)같은 동영상 사이트가 알짜배기 중계권을 따오는데, 영국 프리미어 리그 첫날은 800만명이 넘게 접속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유럽 축구와 미국 농구의 광고판과 경기복에 중국어로 브랜드를 알린다.

러스의 체험점. 러스는 동영상 사이트로 출발했으나 플랫폼, 콘텐츠, 앱, 디바이스, 심지어 전기차까지의 디지털 생태계를 추구한다

그 밖에 당구, 자동차 경주, 탁구, 장기, 체육 복권(体育彩票·티위 차이퍄오) 등이 관심을 모은다. 테니스, 골프 종목은 고급 브랜드가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 여자들은 독특하게 배드민턴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여기에는 린딴(林丹)이라는 스타의 외모와 대중성이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참여하는 스포츠인 달리기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회사 레노버는 밖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08년 북경 올림픽 마케팅을 계기로 삼았다. 361° 스포츠 의류의 심볼마크는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때 모든 진행 요원들 옷에 붙어 있어 우리의 이목을 끌었는데, 이번에는 리우올림픽에 의류 협찬을 해서 세계 시장에 나섰다.

중국 체육 복권

국가주의나 맹목적 애국주의를 고양하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하는 나라가 있는데, 중국도 예외라 할 수 없겠고 이번에는 여자 배구가 큰 역할을 했다. 리우올림픽에서 영국에게 종합 메달 순위 2위 자리를 빼앗겨 체면을 구긴 중국이었지만, 대회 막판에 여자 배구가 금메달을 따면서 중국인들을 열광케 했다. 중국 여자배구는 1984년 LA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리우에서는 조별리그를 4위로 겨우 통과했지만, 8강전에서 브라질, 4강전에서 네델란드를 꺾고 결승에서 세르비아에 역전승했다.

중국 중앙TV는 ‘불굴의 여배정신(女排精神·여자배구 정신)을 본받자’는 방송을 연일 내보냈고, 올림픽후 2주만에 치러진 월드컵 축구 예선 한국전을 앞두고 ‘국족(国足·국가대표 축구팀을 일컫는 말)은 2주만에 여배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배구 여자 감독 랑핑(郎平)은 국가적 영웅이 되었는데, 랑핑은 1984 LA 올림픽 금메달 당시 주 공격수로 쇠망치(铁榔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했다. 한편 여자배구팀을 무단으로 광고에 이용하는 상품이 너무 많아지자 배구협회는 경고장을 게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중국 스포츠를 총괄하는 국가체육총국은 여자배구팀을 비롯해서 메달리스트들을 데리고 홍콩, 마카오등을 각각 며칠씩 순회하며 대형 체육관에서 ‘조국 중국’을 강조했고, 현장에 모인 홍콩, 마카오 어린이들에게는 국가대표와 같은 리닝 제품의 옷을 나눠 주었다.

리닝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대표팀의 경기복을 협찬한다

알려진 대로 국가주석 시진핑은 체육 굴기(崛起) 특히 축구 굴기를 강조하는데, 이에 호응하듯 쑤닝, 바이두, 헝다, 루이캉, 완다, 화웨이등 기업들은 인터 밀란, AC 밀란, 아스톤빌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스날, 파리 생제르망, 국제 축구연맹, 이태리 리그, 스페인 리그 등을 인수하거나 협찬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스포츠 마케팅은 이렇듯 대회, 협회, 팀 등 프로퍼티나 개별 선수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대별해 볼 수 있겠다. 특히 타이어 등 남성이 구매와 사용에 동시 관여하는 제품이 마케팅 효과를 노려볼 만하다. 개별선수 즉 야오밍, 린단, 쑨양, 랑핑 등을 활용하는 것은 성적 하락, 돌출 행동 등 위험성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내 소셜 미디어 등의 영향력이 대단한 점을 고려하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근자에 중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남 따라하기 식으로 한 두가지 마케팅 도구에 대한 지식 만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종과 소비자에 따라서 훨씬 효율성을 가질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골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체육 마케팅도 그런 여러가지 도구중 하나가 될 수 있다.

◆ 필자 오강돈(52)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현재 한국과 중국간 아웃바운드/인바운드 마케팅 및 컨설팅을 진행하는 한중마케팅주식회사의 대표이사다.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국내마케팅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IT 투자회사, 디자인회사 경영의 경력을 쌓고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 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