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약·화학기업 바이엘(Bayer)이 세계 최대 종자(種子)회사인 미국 몬산토(Monsanto)를 74조원에 인수한다. 바이엘은 몬산토 인수로 기존 농약·비료 분야에서 종자까지 농화학 3대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세계 최대 농화학 기업으로 도약한다.

바이엘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660억달러(약 74조2800억원)에 몬산토를 인수하기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엘은 지난 5월 인수전에 뛰어들어 바스프와 경쟁한 끝에 최종 인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매입가가 3차례나 올랐다. 이번 인수가 확정되면 올 들어 벌어진 인수·합병(M&A)으로는 최대 규모이다.

글로벌 종자 시장의 43%를 점유하고 있는 몬산토는 1901년 사카린 제조업체로 시작했지만, 1990년대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유전자변형작물(GMO)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2014년 매출이 158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 달한다. GMO 종자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며, 세계인이 먹는 곡물과 농산물 품종 10개 중 4개 이상이 몬산토가 개발했거나 종자 특허를 보유한 것이다. 우리 국민이 즐기는 청양고추 종자 특허도 1990년대 말 외환 위기 당시 몬산토에 넘어갔다. 바이엘은 현재 5% 수준인 종자 시장 점유율에 몬산토 시장 지배력을 더해 전 세계 종자 시장의 50%를 장악한다.

몬산토는 그동안 인수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오히려 인수 대상이 됐다. 몬산토는 2011년 이후 스위스 농업 전문 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하기 위해 세 차례나 도전했지만, 신젠타는 지난 2월 중국 석유화학 업체인 중국화공에 440억달러(약 49조5000억원)에 넘어갔다. 작년 10월에는 다우케미컬 농업 부문 인수를 제안했지만, 다우케미컬은 작년 말 듀폰과의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업계는 몬산토 인수를 통해 곡물 품종의 ‘지식재산권’인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바이엘이 이를 바탕으로 농약·비료 등 화학제품 시장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미국 농지의 90% 이상에서 GMO가 쓰일 정도로 관련 시장이 정점에 달해 예전과 같은 폭발적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GMO 농산물은 ‘프랑켄푸드(프랑켄슈타인+푸드)’라는 악명으로 통하고 있어,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주의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유럽과 미국의 서로 다른 기업 문화를 배경으로 한 양사의 화학적 결합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해 농민들의 선택권이 좁아지고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같은 M&A가 업체 간 경쟁과 혁신을 감소시켜 결국 종자와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엘이 몬산토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각국 당국과 주주들 승인을 거쳐야 한다. 계약이 파기되면 바이엘은 몬산토에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