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세무역개발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세 이상 성인 1인은 아메리카노 커피(1잔: 10그램)를 2014년 341잔, 2015년에는 384잔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질병관리 본부에서 발표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인은 일주일에 커피를 12.3회 마시고 있었다. 이는 하루에 1.8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매년 커피 소비가 9~10%씩 늘어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커피시장은 급속도록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식품점이나 커피 전문점에서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손쉽게 구입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게 추출하여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적절한 보관방법을 몰라 비싼 값에 구입한 질좋은 원두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커피를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할 점과 구입한 원두를 어떻게 보관해야 최대한의 향미와 맛을 보존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우리가 부르고 있는 커피의 다양한 명칭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커피를 아라비카커피, 로부스타커피, 인스턴트커피, 원두커피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런 이름들은 커피를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하였는지에 따른 것이다.

품종에 따라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커피와 로부스타커피로 분류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많이 유통되지는 않지만 ‘리베리카커피’도 있었다. 아라비카커피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며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로부스타커피는 맛이 거칠고 탁하지만 구수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아라비카커피가 생산량의 70%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는 상품가공을 어떻게 하였는지에 따라 구분되어 불리는 이름이다. 인스턴트커피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원두를 분쇄하고 물로 추출하여 그 결과물을 개별포장한 것을 말한다.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리병에 들어 있는 맥심커피(결정체가 보이도록 굵은 입자로 분쇄하여 진공포장되어 있다)나 맥스웰커피(열풍으로 고온 건조하여 가루형태로 진공포장한다) 또는 초이스커피가 이에 속한다.

인스턴트커피는 상품과 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간편하게 한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스턴트커피로 추출을 하면 커피 입자가 모두 물에 녹아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

하지만 원두커피는 뜨거운 물 이외에도 원두를 분쇄하는 그라인더와 추출할 때에 추출도구가 필요하다. 추출 후에는 찌꺼기가 남는다. 그러나 원두커피는 인스턴트커피에서는 맛볼 수 없는 커피원두 본연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원두의 혼합여부에 따라 단종커피( 스트레이트 커피, 오리진 커피 또는 싱글 오리진커피 라고도 부른다)와 블렌드커피가 있다. 단종커피는 여러 종류의 커피가 섞이지 않은 한가지 맛을 가진 원두커피를 말한다.

블렌드 커피는 커피전문점에서 주로 에스프레소 용으로 사용되는데 여러 가지 커피원두를 섞어서 새로운 맛을 창출해 낸 것을 말한다. 커피전문점에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커피 맛을 창출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원두를 섞어 커피를 추출하기도 한다.

착향 유무에 따라 레귤러 커피와 향커피(Flavored Coffee)가 있다. 레귤러커피는 산지에서 가져온 그 상태의 그린커피를 볶아서 추출한 것을 말하고, 향커피는 볶은 원두에 다양한 향을 가하여 상품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헤즐넛커피, 바닐라향커피, 모카커피 등이 대표적인 향커피이다.

분쇄하지 않고 원두상태 그대로의 커피를 홀빈커피(Whole Bean Coffee)라고 부르고 원두를 그라인드로 갈아서 바로 추출할 수 있는 상태의 커피를 그라운디드 커피(Grounded Coffee, 분쇄커피)라고 한다.

또한 볶은 정도에 따라 강볶음 커피, 중볶음 커피, 약볶음 커피로 분류하여 부르기도 한다. 로스팅 정도를 의미하는 볶음도를 나타내는 명칭은 SCAA(미국스페셜터커피협회)와 일본에서 달리 표현하므로 그 차이를 알아두면 유옹하다.

SCAA에서는 약볶음에서 강볶음으로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Very light(#95), Light(#85), Moderately Light(#75), Medium Light(#65), Medium(#55), Moderately Dark(#45), Dark(#35), Very Dark(#25), Extreme Dark(#25미만) 로 부르고 일본에서는 Light(#95), Cinamon(#85), Medium(#75), High(#65), City(#55), Full City(#45), French(#35), Italian(#25), Turkish(#25미만) 순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혼용하여 사용하지만 혼란스러움이 있어서 주로 수치(#Agatron Number : 원두의 밝기를 수치로 나타낸 것)로 나타낸다.

원두를 구매할 때는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먼저, 포장지에 적혀있는 기재사항을 살펴보아야 한다. 가장 먼저 원두의 라벨, 즉 상품의 이름과 특징 [콜롬비아(국가명이나 농장명) 수프리모(등급) 워시드(가공방법) 1,200m(생산고도), Orange, Brown Sugar, Caramel(원두의 맛)]을 살펴본다. 그 외, 커피의 종류(아라비카 혹은 로부스타), 가공일자(로스팅날짜와 유통기한), 볶음도, 커피분쇄여부(홀빈 혹은 그라운디드 빈), 블렌딩 여부, 향커피 여부 등을 살핀다.

둘째, 추출 방법 및 추출도구를 고려해야한다. 침지하여 추출할 것인지 혹은 투과하여 추출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여 사용할 도구를 결정해야한다. 에스프레소로 추출할 것인지, 드립으로 내릴 것인지, 몇 분간 우려서 추출할 것인지 등 추출방법과 추출도구가 결정되면 어떤 원두를 구입하여야 하는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얼마 동안 두고 먹을 것인가의 기간을 고려한다. 커피는 습하고 높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공기 중에 방치하면 맛과 향이 점차적으로 사라진다. 밀봉된 원두커피를 개봉하기 전에는 통상 약 1개월 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개봉 후에는 적어도 2주 안에는 소비해야 한다. 그러므로 만약 개봉 후 2주 안에 소비할 계획이라면 포장용기에 담아 그늘진 곳에 두어도 된다.

그러나 2달 반이나 3달을 두고 먹고자 한다면 냉장고에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 그 이상을 두어야 한다면 진공포장 등 다양한 포장기술을 활용하여 냉동실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냉동실에 오래 보관하면 향미가 되살아나기 어려우므로 일반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많은 양을 구매했다면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하여야 한다, 냉동실에서 꺼낸 원두는 바로 분쇄하지 말고 실온과 같은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사용하여야 향과 맛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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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원두를 분쇄해서 구매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커피분쇄는 커피의 향미를 쉽게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에 마시기 직전 분쇄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최상의 향미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원두커피를 포장하는 방법으로는 원웨이밸브(One Way Valve)를 포장지에 부착하는 방식, 질소치환방식(공기대신 질소를 넣어 포장한 것), 탈산소 진공포장(공기를 모두 빼내고 포장한 것)방식 등이 있다.

원웨이밸브는 포장지 내부의 가스를 밖으로 배출할 수는 있지만 외부의 공기를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소규모로 원두를 판매하는 업자들은 주로 원웨이밸브 포장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일리(Illy)와 스타벅스(Starbugs) 등과 같이 국외에서 오랜기간 보관하고 유통되어야 하는 대량생산 업체에서는 질소치환 방식이나 탈산소 진공포장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커피 원두는 스폰지와 같은 다공질 구조의 조직을 가지고 있어 향기와 습기 등을 쉽게 빨아들인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신발장 탈취제나 방습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원두는 뛰어난 방습능력이 있으므로 김치와 같이 냉장고에 두어 김치향 가득한 김치커피를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