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이사회, 자사주 염가에 졸속매각...1261억 손해 '회사기회유용'
소액주주, 현대상선-KB금융 이면약정 의혹 제기

현대증권 소액주주 29명이 KB금융과 현대증권 주식 교환을 앞두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소액주주 이모씨 등 29명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현대증권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126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대리인은 한누리가 맡았다.

이번 소송은 KB금융(105560)지주의 대주주 지분 인수 직후 지난 5월 31일자로 새로 구성된 현대증권의 이사회가 같은 날 오후 전격 개최한 이사회 결의를 통해 현대증권이 보유해 온 자사주 전부를 주당 6410원이라는 염가에 졸속 매각했다는 이유에서 제기됐다.

현대그룹은 지난 3월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자로 KB금융을 선정했다. 현대상선과 현정은 회장 등은 4월 12일 KB금융에 현대증권 주식 5338만410주(22.56%)를 약 1조 2375억원(주당 약 2만3183원)에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KB금은 5월 31일자로 현대증권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들은 같은 날 오전 9시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KB금융이 지명한 이사들을 선임했다.

그런데 새로 선임된 이사진은 이날 오후 3시에 곧바로 이사회를 열고, 현대증권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를 이유로 10년 넘게 취득해 보유하고 있던 현대증권의 자사주 1671만5870주 전부(7.06%)를 이사회 결의일 종가인 주당 6410원으로 대주주가 된 KB금융에 매각했다.

이는 KB금융이 종전 대주주에게 22.56%를 매수하면서 적용한 가격 주당 2만3183원의 4분의 1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주당 순자산가치(1만3955원)는 물론 평균취득가격 (주당 9837원)에도 못 미치는 염가라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박필서 한누리법무법인 변호사는 “대주주 지분의 거래에 수반해 자사주를 새로운 대주주에게 넘기면서 대주주지분에는 경영권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을 적용하고, 회사가 보유해 온 자사주에 대해선 소수지분할인 (minority discount)이 반영된 공개시장에서의 시가를 적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해상충거래이자 회사기회유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대주주인 KB금융이 자회사편입요건 (지분 30%이상 보유) 충족을 위해 현대증권 자사주 (7.06%)의 취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으므로 만약 현대증권의 이사들이 상법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해 매각가격을 극대화하려 노력했다면 최소한 주당 순자산가치 이상으로 매각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을 경우 1261억원 이상 매각수익을 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자마자 곧바로 현대증권이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취득해 장기 보유하고 있었던 자사주 전량의 처분이 이뤄진 것을 보면, KB금융과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기존 대주주, 현대증권 윤경은 대표 사이에 현대상선과 KB금융지주 간 거래 완료 직후 곧바로 현대증권의 자사주를 KB금융에 처분하기로 하는 이면약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