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90% 마음은 콩밭에 가 있어어
주인을 의식하게 할 것인가, 주인의식을 갖게 할 것인가
주인의식 원하면 주인공으로 대우해야… 때때로 상사의 멘토 역할을 주어라

기업교육을 갈 때 교육팀에게 강의의 기대효과를 물어보곤 한다. 열정 조직, 자율적 구성원… 이들이 말하는 표현은 다양하지만, 모든 것을 응축하는 한 단어는 주인의식이다. 주인 주(主)는 글자 그대로 등잔대 등잔 받침, 불꽃 심지를 상형화한 것이다. 주인이라는 것은 글자의 말처럼 열정의 심지에 불을 스스로 댕기는 것이다.

경영인은 노동자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왕관을 쓴’ 리더만 스스로를 회사의 주인이라고 느낀다.

이처럼 리더가 팔로워에게 원하는 건 ‘주인의식’이지만 현실은 차이가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머슴과 주인의 차이’ 명언 시리즈를 인용, “주인은 스스로 일하고 머슴은 누가 봐야 일한다. 주인은 미래를 보고, 머슴은 오늘 하루를 본다. 주인은 힘든 일을 즐겁게 하고, 머슴은 즐거운 일도 힘들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리더만의 아리아다.

13%의 직장인만 조직과 정서적 유대감 느껴

얼마 전 사원 교육을 갔을 때 ‘주인의식’의 정의를 물어보니 한 신세대 직원이 “주인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대답해 ‘웃픈’ 상황이 연출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서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의 기업 대상 설문조사 기관인 이펙토리(effectory)가 베인앤컴퍼니팀과 함께 한 직장인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고작 13%의 직장인만이 자신의 조직에 대해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한마디로 직원의 90%가까이가 마음을 콩밭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영 컨설턴트 크리스 주크는 저서 ‘창업자 정신’에서 주인의식의 본질을 구성하고 그것을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를 3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기업에서 지출되는 경비와 투자액을 자신의 돈처럼 여기는 자세이다. 우리가 흔히 ‘네 돈이라도 이렇게 쓰겠어’라고 하는 말과 통한다. 둘째, 의사결정에서 행동에 이르는 빠른 속도, 셋째, 관료주의의 배척이다. 이런 조직에서 주인의식이 싹트고, 주인의식이 뿌리내려야 위의 풍토가 조성된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가. 과연 구성원들은 주인의식 아니 주인공의식을 갖고 일하는가? 혹은 힐끔 핼끔 주인을 의식하며 일하는가? 말 그대로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려면 주인공으로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다.
주객전도. 가르치기보다 가르침을 청하라. 독서경영을 예로 들어보자. 독서경영의 취지는 너무 좋지만, 현장에선 애로점이 많다.

직원들의 저항, 무반응 등등. 심지어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고육책을 동원하셨다는 리더도 보았다. 모 벤처기업에 갔는데 독서경영이 잘 시행되고 있어 살펴봤더니 그 비결은 바로 리더가 구성원을 하향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리더를 가르치는 주객전도의 상향지도방식 때문이었다.

다른 회사는 내용 정리와 적용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평가받는 방식이라면 이곳에선 오히려 상사의 멘토가 되어 지도해주는 것이었다. 내용 면에서 다를 것이 없지만 평가하느냐, 한 수 가르쳐주느냐는 사람을 주인으로서 열을 올리게 하느냐, 머슴으로서 마지못하게 하느냐의 큰 차이를 가져온다.

둘째, 웨이(Way)보다 와이(Why)를 말하라. 리더들은 구성원에게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정말 아까워하지 않고 말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의 전달률, 흡수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는가. 한 신세대 직원이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일하는 방법은 상사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여러 가지 채널로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일의 의미는 상사만이 설명할 수 있는데 이야기를 잘 해주지 않으세요.”

일을 가르치려들지 말고, 일의 의미를 설명해주어라

다시 말해 텍스트 못지않게 컨텍스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맥락적으로 왜 중요한지, 회사 전 사업의 큰 그림에 위치하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번 일의 목표와 기준을 사전에 짚어주는 게 필요하다. 여기에 구성원의 커리어개발, 성공과 어떤 관계가 짚어주면 금상첨화다.

셋째, 개인별 공과를 분명히 평가해주라. 공정한 평가는 열 마디 말보다 강력하다. 어느 조직이나 기여 없이 숟가락만 얹어놓는 프리라이더를 경계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상사 프리라이더다. 보고서나 프로젝트를 실명제로 하라. 논문에서 제1필자하며 순서대로 나가듯 작성자를 기여 순으로 이름을 표기하는 것이다.

‘주임급’까지도 이름을 명기하고 있다는 한 기업의 임원은 이 보고서 실명제 이후 보고서의 충실도, 직원들의 열정이 눈에 보이게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최종 결재자가 ‘말단 책임자에게 칭찬의 말 한마디를 날린다’면 그것은 열정을 북돋우는 십전대보탕이 됨은 물론이다.

주인의식은 말만으로 되지 않는다. 주인을 주인으로 존중하는 의식(意識)과 의식(儀式)의 씨줄 날줄을 얽고 공식화해야 불이 붙는다.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