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19일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잇단 발화로 제품 결함을 인정하고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전자업계 전문가들은 발화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발화된 갤럭시노트7 제품들이 모두 배터리를 중심으로 연소됐다는 점을 근거로 업계에서는 배터리 팩의 불량이나 고속충전 기능 도입으로 인한 과전류 문제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과전압·과전류를 초래한만큼 설계상의 오류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갤럭시노트7 폭발 주장 사진.

스마트폰 생산 시스템에 일정한 표준이 잡힌 지금 시점에서 배터리 발화와 같은 위험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동된 견해다. 지난 2009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개화한 스마트폰 시장은 7년이 지난 지금 기술적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 가설(假說) 4가지

배터리는 화학 반응, 방사선, 온도 차, 빛 따위로 전극 사이에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을 말한다. 갤럭시노트7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부피에 비해 용량이 커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에 많이 사용된다.

동일 크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보다 용량이 3배 높고, 메모리 현상이 없어 충전을 반복해도 최대 용량이 줄어들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열에 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높은 온도에서는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해부도. 배터리를 확대한 모습

①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의 ‘공정’ 문제?⋯얇은 디자인에 얇아지는 배터리

갤럭시노트7 초기물량에 사용된 배터리 중 상당수는 중국 동관ITM일렉트로닉스(DONGGUAN ITM ELECTRONICS)가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팩을 제조하고 최종적으로는 삼성SDI가 수입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납품한 제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갤럭시노트7의 신제품 교환보다는 배터리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여기에 대해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발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3년 갤럭시S4가 잇단 발화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었다. 박상진 삼성SDI 당시 사장은 갤럭시S4 발화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셀 기술이 사실상 어느 정도 안정화된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현지생산 배터리 팩 공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리튬이온 배터리 개념도

일부 전문가들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 설계 오류나 파손이 발화에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는 배터리 속에 셀(Cell)이 있고 이 안에 음(-)이온과 양(+)이온이 있다. 이온들은 가운데 분리막을 통해 순환하며 충전과 방전을 한다. 적정량의 이온이 순환해야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분리막을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기술이다. 만약 어떠한 충격에 의해 분리막에 구멍이 나거나 파손된다면 화학반응으로 배터리가 과열돼 녹아버릴 수 있다.

갤럭시노트7은 배터리를 내장한 일체형의 유니바디 디자인을 적용했다. 따라서 기존 배터리 탈부착식에 비해 배터리를 얇게 만들어야 했다. 결국 이로 인해 분리막의 두께도 얇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② USB C타입, USB3.0보다 전력 10배 더 많이 공급

갤럭시노트7은 갤럭시와 노트 시리즈 최초로 USB(3.1) 타입 C 커넥터가 사용됐다. USB 타입 C는 리버시블(Reversible) 단자로 만들어졌다. 위아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꽂아도 양방향 데이터 전송 및 충전이 가능하다.

USB 타입 C는 기존 USB 3.0보다 약 10배 정도 늘어난 100와트(W)의 전력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이는 100W 미만인 주변기기를 별도의 전원 없이 USB만 연결하면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높은 용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스마트폰 충전시간을 단축시켜 ‘고속충전’이 가능하다.

USB 3.0의 전압은 5볼트(V)가 한계였으나, USB 3.1은 12V 또는 20V를 전달할 수 있다. 전류의 세기도 2암페어(A)에서 5A로 확장된다. 때문에 USB 3.1은 최대 100W의 전력을 송신할 수 있다. 기존 USB 3.0은 10W밖에 감당하지 못했다.

USB 타입 C는 데이터 전송속도 역시 전작인 USB 3.0보다 약 두 배 정도 빠른 10Gbps 수준이다. 이는 약 3기가바이트(GB) 영화 한편을 2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에 사용된 USB 타입C는 이전 USB 기술에 비해 높은 전압과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어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며 “물론 보호회로가 있어 과충전 혹은 과부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지만, 충격 등으로 보호회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력계통에 발열이 생기고, 이 열이 배터리로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배터리에 탑재되는 과충전, 과방전 보호회로 모듈.

③스마트폰 ‘발열’ 잡는 보호회로가 발화 원인?

작은 크기의 기판 위에 수많은 고성능 전자부품을 집약시키는 스마트폰 설계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부분은 ‘발열’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베이스밴드(Baseband),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이 연산, 통신 등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부품의 경우 필연적으로 발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열이 심할 경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작동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극단적인 경우 발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갤럭시노트7 역시 고성능 연산, 통신, 그래픽에 특화한 하이엔드 스마트폰인 만큼 발열을 막기 위한 다양한 보호장치가 탑재돼 있다. 우선 모바일 AP, 베이스밴드 등이 위치한 칩셋 위에 방열판을 붙여 핵심 부품의 과열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설계했다. 스마트폰의 인쇄회로기판(PCB), 배터리 팩 등 곳곳에는 전력 과부하를 막는 보호회로가 깔려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가 칩셋보다는 보호회로상의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발화한 제품 대다수가 고속 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영역을 중심으로 발화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전력 계통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타버릴 정도의 열이 전달됐다는 건 근처의 보호회로가 사실상 작동불능 상태가 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진행한 갤럭시 액티브S7의 방수테스트 모습


◆ "빠른 시일 내 오류 잡는 것이 관건"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은 생산차수가 늘어날수록 제품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 정설이다. 소위 ‘초도물량’이라고 부르는 1차 생산 물량의 경우 제품 불량이나 결함이 발생할 확률이 비교적 높다. 올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S7 액티브’ 역시 방수 기능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수원, 구미사업장을 중심으로 방수 관련 부품을 다시 공수하고 오류를 수정해 제품을 안정화 시켰다.

삼성전자가 2차, 3차 생산물량부터는 오류를 수정해 발화 위험성이 없는 갤럭시노트7을 내놓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문제가 된 갤럭시노트7 1차 생산물량은 40만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올해 갤럭시노트7 생산 목표치인 1800만대의 2%에 불과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화 문제로 갤럭시노트7 흥행 가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생산초기인만큼 배터리 발화 원인을 확실히 규명해 수정할 수 있다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오류를 바로 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