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 근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영어 회화, 스포츠 댄스 등을 배우며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최석윤(53)씨는 난생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그는 인터넷 블로그를 보면서 갈만한 관광지, 숙박 시설들을 직접 찾아 동선을 구성하느라 분주하다.

최씨는 “일을 할 땐 늘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상품으로 해외 여행을 다녔는데 이젠 여유가 생겨 직접 여행 일정을 짜고 있다”면서 “배낭여행은 젊은 친구들이 주로 하는 것이지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후 모아둔 자산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나서는 50~60대를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여행에 눈을 떴다. 31일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가 2010~2015년까지 5년새 ‘세대별 해외 카드 결제 금액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증가율은 100%로 각 연령 중에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의 해외 카드 결제 금액 증가율은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해서 소득 수준이 안정적인 연령대인 30대(89%), 40대(84%)를 제쳤다. 20대(77%), 50대(70%)가 뒤를 이었다.

사진=연합뉴스

◆ ‘꽃보다 할배’ 나왔던 여행지 가고, 직접 항공권 고르는 5060

특히 TVN의 인기 여행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 출연진들이 방문했던 스페인, 대만 등 국가에서의 카드 결제 금액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5060 소비자들이 스페인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5년 전인 2010년에 비해 217%, 대만에서는 187% 늘었다.

기존에 패키지 등 여행사를 통한 해외 여행에 치중했던 중장년층은 온라인을 통해 직접 항공권을 결제하고 일정을 짜는 등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해외항공권 직접 결제 금액은 2010년(13억원)에 비해 131%나 늘어난 3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관계자는 “과거엔 여행자들은 대부분 정보가 부족해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을 통해 해외로 나갔었다”면서 “이제는 액티브 시니어도 다양한 채널에서 정보를 얻어 여행사 패키지가 아닌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으로 항공권을 구매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여행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렌터카 결제 금액이 59% 증가했다. 직접 차를 몰고 떠나는 여행 즐기는 5060세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DB

◆ 액티브 시니어, 소비 시장 큰손으로 부상

지난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는 액티브 시니어를 ‘주목해야 할 소비자’로 꼽기도 했다. 넉넉한 자산과 소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돈을 쓰는 세대로, 구매력이 높아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한국리서치의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액티브 시니어의 한 달 평균 카드 사용액은 177만원으로 30대(124만원)나 40대(136만원)보다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시니어 대상 시장 규모는 2010년 43조9000억원에서 2020년 148조6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50대 이상이다.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 21%에서 2016년 7월 말 현재 35.5%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