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 살림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해 400조7000억원으로 꾸려진다. 고착되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겠다며 올해(386조4000억원)보다 14조3000억원을 더 배정해 살림 규모를 3.7% 키우기로 했다. 200조원을 넘어선 지 12년 만에,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6년 만에 '예산 400조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분야별로 보면 복지 예산(보건·노동 포함)이 올해보다 6조6000억원 늘어난 130조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 중 차지하는 비율이 32.4%다. 31.9%인 올해보다 높아 사상 최고치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지 예산의 비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 수입은 지출보다 적어 28조원 규모의 국채(國債)를 찍어야 한다. 나랏빚이 683조원에 달해 경제 규모(GDP) 대비 국가 채무가 40.4%가 될 예정이다. 처음으로 국가 채무 비율도 40%를 넘게 된다.

복지 예산 등에 고정적으로 써야 하는 돈이 많은 데다 빚이 갑자기 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다 보니 경기를 부양하거나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투자하는 예산이 갈수록 적게 배정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산업 예산(중소기업·에너지 포함)을 올해보다 2%(3000억원 감액) 줄여 15조9000억원만 편성한다. 산업 예산은 2년 연속 2%씩 줄이고 있다.

또 경기 부양 효과가 큰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올해 6%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는 8.2%나 줄여 21조8000억원만 편성한다. R&D(연구·개발) 예산은 내년에 3000억원만 늘린다(1.8% 증액). 5000억원 늘어난 문화 예산보다도 증가 폭이 작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래 설계형 예산'이 아니라 당장 들어가는 복지 등에 상당 부분을 써버리는 '생계형 예산'을 꾸리고 있다"며 "복지 예산에 큰돈이 들어가더라도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에도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案 국회 처리 또 무산

한편 11조원 규모로 정부가 제출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이날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누리 과정(3~5세 무상 보육)에 정부 예비비로 30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야당과 지방 교육청들의 자체 예산으로 누리 과정을 편성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이 맞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