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일본인 대학생 50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은 필리핀 세부로 가기 위해 3시간 전 일본 후쿠오카공항을 출발했던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등의 어학연수생들. 학생들은 주변 식당에서 식사와 쇼핑을 한 뒤 입국 7시간 만인 이날 저녁 비행기편으로 세부로 떠났다. 후쿠오카 마유미(福岡眞由美·19)씨는 "한국은 처음인데, 불고기도 맛있고 너무 좋아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근 개발한 '인천공항 환승 인센티브 제도'를 이용한 1호 고객들이었다. 전세버스 서비스를 통해 '환승 대기 7시간'을 '관광 시간'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일단은 구전(口傳) 마케팅 효과를 노린 시범 상품이지만, 환승객이 많아지면 정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로 가던 중에 홍대 7시간 투어 - 지난 14일 일본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필리핀 세부로 가던 일본 대학생들이 국내 체류 7시간 동안 서울 홍대 앞을 방문해 한 고깃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환승 증대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고 30일 밝혔다. 주요 내용은 ▲여행객이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따로 구입한 항공권으로도 쉽게 환승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환승객들을 상대로 한 인천공항 면세점 할인권 배포 ▲해외 여행사를 상대로 한 인센티브 프로그램 시행 등이다. 이를 통해 줄어드는 환승객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천공항 환승객은 420만813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438만6616명에 비해 17만8478명(4.1%) 감소했다. 올해 같은 국제선 전체 여객이 3254만3513명으로 지난해보다 17.9% 증가했지만, 환승객은 오히려 줄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8만7000여명, 6만9000여명이 줄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환승객은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도 상당한 돈을 쓰고, 환승 국가에 본격적으로 다시 방문할 가능성도 높은 '잠재적 미래 관광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 타깃은 인천공항의 양대 환승 시장인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에 대한 전략은 나리타공항 등 일본 내에서 환승해 일본 지방 도시로 가는 외국인 관광객을 인천공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1년 622만명에서 지난해 1974만명으로 급증세다.

인천공항공사는 중국·대만·홍콩 등 일본을 자주 찾는 국가들의 여행사에 항공료 20% 할인, 면세점 할인권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또 니가타·센다이현 등 일본 주요 관광지 지방자치단체와는 인천공항 측이 면세점 할인권이나 라운지 이용권을 제공하고, 일본 지자체가 호텔비 등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인천 경유 일본 지방 방문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인 환승객 확보의 승부처는 온라인이다. 중국 여행 시장에서 온라인 여행사의 점유율이 77%에 이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중국의 대형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과 '투니우'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인천공항 코너를 개설했다. 또 인천공항 내 면세점 72개 매장에서 도합 최대 64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북 6000권을 환승객 전용으로 현지 여행사에 제공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공항은 건설 목적 자체가 동북아 대표 허브 공항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실효성 있는 환승 증대 대책을 통해 환승객을 다시 증가세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