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 수처리 설비의 핵심 부품인 역삼투압(RO) 분리막과 스마트폰 'G5' 등 LG그룹 각 계열사의 70여 개 연구개발(R&D) 결과물들이 전시됐다. 이를 꼼꼼히 살펴보던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R&D는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철저하게 고객과 시장, 그리고 사업의 관점에서 R&D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LG는 부장급 연구원 6명을 임원급인 연구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연구 책임자 11명을 발탁 승진시켰다. 구 회장은 "진정한 고객 가치를 위해 도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목표를 세우고,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고, 충분히 보상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이 올해 초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이공계 석·박사 인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G그룹 R&D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인재 확보이다. 구 회장은 2012년부터 LG그룹 최고 경영진들과 함께 대학 석·박사급 이공계 인재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성장 엔진 및 주요 기술혁신 현황을 소개하는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매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2월과 4월에 각각 국내와 미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석·박사 인재들과 만찬을 함께 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시장을 선도하려면 남다른 R&D가 필수"라며 "인재들이 LG에 온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자산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구 회장의 R&D 중시 경영 철학은 관련 분야 인력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LG의 전체 R&D 인력 규모는 지난해 3만2000여 명으로 지난 5년간 약 32%나 늘었다.

R&D에 대한 투자도 공격적이다. 2011년 R&D에만 4조3000억원을 투자한 LG는 이후 매년 5000억원 안팎 투자액을 늘렸다. 지난해 R&D 투자액은 6조3000억원으로,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는 우선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18년 상반기까지 5200여억원을 투자해 현재 8개인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을 총 14개 라인으로 확대한다. 또 LG전자는 소프트웨어 R&D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문화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R&D 투자를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18년까지 총 3조35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다. 또 TV와 광고판에 사용되는 대형 OLED도 투자의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2018년까지 시장 선도를 위한 OLED 생산량 증대에 총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글로벌 첨단 소재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키로 했다. 지난해 6000억원 규모였던 연간 R&D 투자 규모를 2018년까지 9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관련 연구개발 인력도 지난해 3400명 수준에서 2018년까지 41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대전 기술연구원을 기존 5개 동에서 6개 동으로 확장하기도 했다.